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큰 영향받은 멀티버스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의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 초청되어 아시아 프리미어 상영된 '리덕스 리덕스'는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 복수극이다.
SXSW 2025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이 작품은 주인공 아이린(미카엘라 맥매너스)은 딸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 네빌(제레미 홈)을 찾기 위해 평행우주를 넘나들며 반복적인 복수를 벌인다. 하지만, 아이린은 복수 행위에 점차 중독되어 가면서 인간성과 정체성을 위협받는다. 그러던 중 비슷한 경험을 가진 10대 소녀 미아(스텔라 마커스)를 우연히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감정의 파장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쌍둥이 형제인 케빈 맥매너스와 매튜 맥매너스가 공동 연출을 맡았으며, 복수를 넘어선 인간성 회복의 여정을 평행우주라는 독창적인 설정 안에서 그려냈다. 맥매너스 형제 감독의 누나인 미카엘라 맥매너스는 주인공 아이린 역을 맡아 내면의 고통을 지닌 강인한 인물을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SR타임스는 최근 BIFAN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리덕스 리덕스'의 주연 배우 미카엘라 맥매너스와 케빈 맥매너스·매튜 맥매너스 형제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멀티버스에 관한 영화다. 아이디어의 시작이 궁금하다
매튜: 이 이야기는 사실 복수극이죠. 멀티버스 머신을 타고 계속 돌아가서 상대방을 계속 반복해서 죽여요. 그러다가 그것에 집착하는 상황이잖아요. 처음에 이 영화를 구상할 때 복수 자체보다는 그것에 집착하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하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Q. '터미네이터',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을 연상하게 하는 영화다
매튜: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따라가는 북극성 같은 영화가 '터미네이터'죠. SF영화지만 '크라임 스토리' 같은 게 섞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보시면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들이 많이 나와요. 예를 들어 경찰관 이름이 리스, 코너 등이죠. 근데 '사랑의 블랙홀'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Q. 아이린은 복수심부터 상실감, 모성애, 죄책감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미카엘라: 저도 애가 있는 엄마라서 이 역할이 어떻게 보면 제가 지금까지 연기해 온 역할 중에서 가장 저랑 가장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굉장히 냉혹한 살인자가 되거든요.
자기 아이를 위해서 뭐든지 다 하려는 엄마라는 게 제 감정 안에도 항상 살아있있어요. 한 달 동안 촬영하는데 감정선이 아주 무거워서 촬영하고 집에 돌아갈 때도 캐릭터가 빠져나가지 않는 기분이 들었죠. 하지만, 반대로 보면 굉장히 저와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감정이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매튜: 원래 이 복수극은 한 10년 전 정도부터 생각했었어요. 근데 그때는 미카엘라 누나가 15살 딸이 있는 엄마 역할을 하기엔 좀 어렸는데 이제는 할 수 있게 된 거죠.
Q. 주인공 아이린은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반복되는 고통과 분노를 겪는다. 반복적인 부분에 대해 관객이 식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어떤 고민을 했나
매튜: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같은 타임 루프가 있는 영화를 보면 반복되지만, 긴장감을 놓치지 않잖아요. 그런 것을 생각하며 연출했어요. 그리고 영화 보시면 처음에 30분은 계속 범인을 죽이다가 가출 소녀 미아가 나오거든요. 그러면서 새로운 전개가 일어납니다.

Q. 인상적인 오프닝 신 연출 의도가 궁금하다
케빈·매튜: 사실 그 장면은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촬영했는데요. 오프닝 자체가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바로 영화에 몰입하고, 긴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였어요. 어쩌면 영화 전체를 요약하는 느낌이기도 하죠.
강렬한 오프닝 신을 만들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논의했는데, 스턴트 코디네이터랑 이야기하다가 사람을 태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촬영했는데 해질 때와 해 뜰 때 찍었죠. 빛도 예민하고 조건도 까다로워서 꽤 힘들게 찍었어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정말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Q. 미카엘라의 경우는 자신의 실제 삶과 연기 사이에서 엄마로서의 모성적 감정이 발현해 연기한 부분이 있었는지
미카엘라: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습니다. (웃음) 진짜 짧은 장면이 있는데 엄청난 감정을 보여줘야 했죠.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좋았던 건 그 장면을 남동생들과 같이 촬영했다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항상 같이 지내다 보니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되게 많이 쌓여 있어서 감정 표현 같은 것도 되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모성의 감정이 극대화되는 장면인데도 오히려 더 쉽게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가족이 함께 영화 작업을 하는 것에 특별한 장점이 있다면
케빈: 저희 남매가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건 정말 큰 장점입니다. 저희가 처음 영화를 만든 건 미카엘라 누나가 15살쯤일 때였어요. 너무 영화를 좋아하고 서로를 잘 알다 보니까 크건 작건 같이 일하는 게 항상 꿈이죠. 작업할 때마다 너무 좋았는데 이번 작품이 특히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매튜: 감독으로서 되게 좋았던 게 다른 배우였으면 요청하지 않았을 부분도 요청할 수 있었어요. 스턴트를 쓰면 비용이 막 올라가는데 그런 액션 장면도 직접 부탁할 수 있었죠. (웃음)

Q. SF 장르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다.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케빈: 제임스 카메론 영화나 다른 인디 SF 영화도 많이 참고했는데 최대한 실제 효과를 많이 썼어요. 그래서 실제로 차도 폭파했고, 총격 장면은 배경을 어둡게 찍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그런데 첫 장면의 스턴트 액션보다 멀티버스 기계 만드는데 비용이 더 들어갔어요. 아직도 갖고 있는데 꽤 무거워서 4명이 들어야 합니다. 가볍게 만들려고 했더니 더 비싸지더군요. (웃음)
Q. 미카엘라 배우는 스턴트 액션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살인범 네빌 역의 제레미 홈 배우, 미아 역의 스텔라 마커스와의 연기 케미는 어땠나
미카엘라: 마지막 스턴트 장면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두 번째 촬영 날 찍었어요. 찍기 전에는 어떤 케미가 있을지 전혀 모르는데 제레미 홈 배우는 전에 한번 같이 한 적이 있기도 했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스텔라 마커스 배우와는 처음인데도 서로 너무 잘 맞았죠. 그런데 촬영장인 늪지대에 새벽 3시쯤 들어가서 찍었는데 춥기도 하고 황소개구리가 많아서 상당히 힘들었어요.
Q. 미아는 아이린의 멀티버스 여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캐릭터인가
케빈: 이 영화가 되게 '다크' 하잖아요. 근데 그 안에서 좀 재미있고 코믹한 부분을 미아 캐릭터가 하죠. 아이린이 계속 혼자 복수의 여정을 이어가는 가운데 그 흐름에 변수를 주는 인물인 거죠. 아이린을 위해 싸우게 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매튜: 앞서 이야기한 반복되는 장면들 속에서 신선한 피 같은 느낌의 캐릭터죠. 훼방꾼 역할이면서도 연쇄 살인범한테 납치된 인물인데 그런 상황에서 좀 웃기는 애인 거예요. 그래서 피해자이면서도 장애물이지만, 같이 여정을 따라가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밝고 유쾌한 면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런 부분들을 고려하면서 이 캐릭터를 만들었죠.
Q. 저예산 SF 장르에 도전하려는 한국 창작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케빈: 솔직히 '부산행' 같은 한국 영화는 예산 느낌이 아니에요. (웃음) 기본적으로 SF라는 게 무조건 크고 스펙타클할 필요는 없어요. 정말 훌륭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Q. 큰 예산이 들어가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작업에 대한 포부가 있다면
매튜: 물론 당연히 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죠. 우리가 앞으로 독립 영화를 만들 수도 있지만, 큰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만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아마 그런 작품을 하게 된다면 이번 작품처럼 가족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싶습니다.
Q.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느끼면서 영화관 문을 나서길 바라나
미카엘라·케빈·매튜: 장르 영화의 감성을 잘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한국 영화에는 최고의 장르 작품이 많아요. 그렇다 보니 저희 영화가 심판대 위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