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콜마홀딩스가 지난 1일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리포지셔닝(재정립)하며,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에 나선다고 밝혔다.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 3대 사업 분야로 지속 성장해 온 콜마그룹 내에서, 콜마비앤에이치가 수년간의 실적 부진과 미래 전략 부재로 그룹 내 본연의 역할을 상실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리포지셔닝을 통해 경영 실패를 바로잡고 생명과학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근본적인 경영 쇄신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콜마의 리포지셔닝이 남매간 경영권 분쟁 발생 이후 나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콜마그룹은 콜마홀딩스가 한국콜마, 콜마비앤에이치, 콜마글로벌 등의 주요 계열사들을 최대주주로서 거느린 지주사 체제다. 현재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윤상현 부회장이다. 윤 부회장은 2019년 12월 윤동한 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를 증여 받으면서 지분율 31.8%(1,089만 316주)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이 장남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에게 6년 전 증여했던 지주사 콜마홀딩스의 주식을 다시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윤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에 올랐다. 윤 부회장은 윤여원 대표의 오빠다. 윤동한 회장의 소송 제기는 윤 부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돌려받아 윤 대표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취지로 전해진다.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의 최대 주주이며, 윤동한 회장과 윤여원 대표는 각각 지분 5.59%(191만 8,726주), 7.45%(260만 6,000주)를 갖고 있다.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지난 5월 9일 콜마비앤에이치가 같은 날 콜마홀딩스로부터 이사회 개편을 위한 제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윤상현 부회장 측의 콜마홀딩스가 경영 부진을 겪는 콜마비앤에이치에 윤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이사회 개편을 요구했으나 윤 대표가 이를 거부하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최근 5년간 실적, 시가총액, 주가 등 주요 경영 지표에서 뚜렷한 하락세다. 지난 2020년 별도기준 95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239억원으로 75%나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도 17.8%에서 5.1%로 큰폭 줄었다. 시가총액도 2020년 8월 기준 2조 1,242억원에 달했지만 불과 5년여만에 4,259억원(2025년 6월30일 기준)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7만원대에 달했던 주가도 1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실패의 책임을 윤여원 대표로 보고 회사를 직접 경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 실패 책임이 윤여원 대표에게만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면역력이 전국민의 관심사였던 시기다. 국민의 대부분이 코로나19 확진 이후 일부 재확진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건강기능식품업체들은 재확진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면역력을 꼽고 이를 소구 포인트로 삼았다. 이에 면역력을 강화하주는 건기식들이 불티나게 팔렸고 콜마비앤에이치와 같은 OEM·ODM 업체들은 수혜를 입었다. 이후 코로나19는 엔데믹으로 전환됐고 자연스레 건기식에 대한 관심도 전보다 떨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있음에도 회사의 실적을 대표 한 사람의 책임으로 모는 것은 여타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적발 후 직원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꼬리 자르기'의 면모가 또한번 드러난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해 한미약품 그룹에서 발생한 모자간 경영권 분쟁은 1년여간 지속돼 오다 한미약품 그룹이 결국 전문 경영인 체제를 택하며 양 측의 갈등이 봉합된 후 마무리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년간 지속된 모자간 경영권 분쟁으로 대표적인 신약개발 전문 기업인 한미약품의 경영이 퇴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자어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혀있는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칡과 등나무가 얽혀있는 단단함이 더운 여름 지나가는 이들을 쉬게 만드는 등나무숲을 이루는 것처럼 콜마그룹도 속히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멈추고 상생방안을 찾길 바란다.

 

ⓒ방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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