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그런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기업 출신 인사의 정부 요직 기용에 대해 조심스레 비판적 시선을 던졌을 때, 모 교수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다. 최근 정부는 주요 정책 테이블에 대기업·빅테크 출신 인재들을 연이어 기용하고 있다. 기술을 실제로 다뤄본 사람, 산업의 속도를 체감한 이들에게 정책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통상 학계나 관료 출신이 주요 자리를 맡아왔던 과거와는 다른 풍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정우 전 네이버 AI 센터장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에 임명한 데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지명했다. 국회 청문회를 거쳐 이들이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정부 내 핵심 정책 테이블에는 실질적 기술과 산업 경험을 보유한 민간 출신 인사들이 채워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민간 인사의 정책 기용이 공공성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해충돌 우려, 산업 편향에 대한 감시 필요성 등이다. 그러나 이번 인선 흐름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무보다 실무’, ‘기획보다 실행’이라는 국정 기조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기술 지식이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 기술을 제품과 서비스로 현실화해본 경험을 지닌 이들이 정책의 실효성과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요청했던 모 교수는 “기술을 직접 다뤄본 사람이 정책을 맡아야 기술이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사업을 수행하고 조직을 운영해 본 사람이기에 실질적인 정책 설계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인선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특히 정부가 핵심 과제로 꼽은 AI 분야의 경우,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정책 과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초거대 언어모델(LLM), 생성형 AI, AI 반도체, 데이터 주권 등 각종 현안은 기획보다 실전 중심의 정책 수행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민간 출신 인사들의 실무 감각이 정책 전환의 현실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식의 편향된 시선도 있지만, 실제로 해본 사람을 기용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며 “기술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마주한 제약 조건까지 체감한 인사들이 정책을 설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그리는 산업 정책의 그림은 빠른 판단과 유연한 실행, 기술 기반의 실용주의에 가깝다. 전통적 관료 인사와는 결이 다른 이 흐름 속 민간 전문가들은 단순히 외부 자문을 넘어 정책의 핵심 주체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실무형 인선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을 넘어서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민간 출신 인사인 만큼 높은 업무 이해도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율 능력은 강점일 것이다. 다만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전략적 기조가 정책 전체를 움직이는 기준이 되어선 곤란하다. 결국 중요한 건,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공공성이다. 그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실무형 인선의 진짜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윤서연 기자
▲윤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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