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공기업, 정권 교체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정권이 교체된만큼 국내 주요 공기업과 민영화된 대기업들의 경영진 교체 및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T, 포스코, 한국전력, KT&G 등은 과거 정권 교체 때 CEO 선임 등 정치권의 영향력이 작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권 교체가 이들 기업의 경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KT는 과거 CEO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이 작용해왔다. 2023년 윤경림 사장이 차기 CEO 후보로 내정됐지만 국민연금 등 정치권의 반대로 사퇴하면서, CEO 선임이 3차례나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해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기도 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넘어갔을 때 황창규 KT 회장은 로비 의혹 등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바 있다.
현재 김영섭 대표이사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김 대표는 KT 이사회 중심으로 선출된 인물로 '셀프 추천 구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이사 선임 다변화(노조·소액주주 참여),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본격화되면 김 대표 역시 사퇴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포스코도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여전히 정권 교체 시마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정우 회장이 취임했지만, 윤석열 정부 에서 국민연금이 그의 3연임에 반대하면서 결국 차기 CEO 후보에서 배제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최 후보가 후보에서 빠진 것을 두고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봤다.
포스코는 과거에도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등 전임 회장들이 정권 교체 시기에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며 불명예 퇴진한 사례가 있었다. 이 중 권오준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행사에서 배제되는 등 '포스코 패싱'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사임했다.
또한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내부에서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가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을만큼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수소·이차전지 등 산업정책을 주도해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수소환원제철을 차세대 철강산업의 핵심 기술로 보고, 이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지만 장 회장이 윤석열 정부때 포스코를 '친정부 기업' 이미지를 굳혀온 만큼, 이번 정권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T&G도 마찬가지다. KT&G는 주요 주주가 분산돼 있어 정부 영향권 아래에 있으며,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경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됐다.
KT&G는 국민연금과 기업은행 등 정부 영향권 주주 지분이 합산 13~14%대로 뚜렷한 민간 지배주주 없이 이사회와 CEO가 정부 성향에 따라 흔들릴 여지가 크다.
실제로 2023년 KT&G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과의 표 대결을 벌였다. 안다자산운용은 주당 7,867원,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만원의 배당을 제안하며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들의 제안은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지 못해 KT&G 이사회가 제안한 주당 5,000원의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국내 공기업 역시 정치권의 개입에 따라 경영 불안정성이 커진다. CEO나 이사회가 교체 압박은 물론, 사업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정권 성향 따라 장기 인프라 투자가 흔들리고 전기요금 정책 역시 정치적 결정으로 좌우돼 적자 누적이나 요금 인상 지연 발생한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 때는 탈원전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했지만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는 원전 확대 정책을 복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그는 "재생에너지 중심 산업으로 조속히 전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기존의 원전 및 석탄 중심의 에너지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 역시 정치권의 경영 개입은 피할 수 없다. 한국공항공사는 2019년 문재인 정부 때 노동계 출신 인사인 구본환 사장이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했지만 정권 교체 후 국토부가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를 통해 해임을 추진해 '정치적 해임'이라는 의혹이 있었다.
김경욱 전 사장도 국토교통부 2차관을 지낸 후 2021년 2월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 사장은 임기를 10개월 남기고 2023년 3월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현재 인천공항공사는 김 전 사장 이후 임명된 이학재 사장이다. 그는 과거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강하게 비판하며 윤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어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번 정권 교체로 인해 이 사장의 미래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일부 기업에서는 인사 변동 바람이 부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취임한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은 이날 사직 의사를 밝혔다. 강 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인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에서 공동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강 사장은 사의를 표명하긴 했지만,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임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며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며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