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기업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재논의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은 소액주주를 포함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경제계 일각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정안이 기업 경영진의 '충실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화시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만큼 기업 성장에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오랜 기간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아래 운영돼 왔다. 기업이익이 곧 대주주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경영 판단은 종종 전체 주주보다는 최대주주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유상증자 등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개정안은 이러한 기업 경영 구조를 견제하고 경영진이 기업의 이익만을 우선시 하는 것이 아닌 주주의 이익을 함께 고려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장치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함께 고려한다'는 것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환상일 수 있다. 동화와 현실이 다른 것처럼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고려한다는 것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장기적인 투자 계획이 단기 수익을 희생할 경우, 이를 두고 일부 주주들은 경영진의 책임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특히 외국계 투자자나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기 수익 확대를 목적으로 경영 간섭에 나설 경우 기업의 자율성과 장기적 비전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주주들 눈치보기'에 기업 성장이 저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소액주주 보호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기업 신뢰의 핵심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상법 개정안은 '양날의 검'이다. 칼날을 어느 방향으로 휘두르느냐에 따라 건전한 자본주의 질서의 밑거름이 될 수도, 기업 활동을 옥죄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최근 개정안의 행보를 보면 야당과 여당의 '권력의 검'으로 변질된 모양세다.
이복현 금융감동원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개정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도 국민의힘이 상법 개정안 거부권을 요구하겠다는 말이 돌자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저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재표결부터 하고, 안 되면 다시 추진하든지 할 것"이라며, 재의결이 부결될 경우 더욱 강화된 내용으로 법안을 재발의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개정안이)주주의 소송 남발을 초래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을 통해 상장 기업만 우선적으로 규율해서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본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원장의 '윤 대통령이 계셨으면 (상법 개정안) 거부권을 안 썼을 것' 발언을 두고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해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주도권을 잡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입법자들은 '주주 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진짜 시장 참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합의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