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현빈. ⓒCJ ENM
▲'하얼빈' 현빈. ⓒCJ ENM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작품으로 만들고 연기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908년, 안중근 대한의군 참모 중장은 신아산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만국공법에 따라 일본군 포로를 석방하면서 동지들에게 신의를 잃는다. 이후 인간 안중근은 처절한 고뇌와 방황 속에서도 조선 국권 회복을 향한 굳은 의지를 다지며 다시 일어나 하얼빈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작전에 나선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이자 한류스타인 현빈이 이달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하얼빈'에서 역사적 인물 안중근으로 분해 진심 어린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하얼빈'의 주역 현빈 배우를 만나 이번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영화 오프닝은 안중근이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죄책감과 부채의식을 안고 있는 안중근의 내면 묘사와 감정선을 다른 작품들과 어떻게 차별적으로 가져가려 했나

안중근 장군에 관련된 현재 남아 있는 사료들을 찾아봤습니다. 해오신 일들이 있고 말씀과 글귀를 남기셨어요. 그런 것을 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상상했습니다. 우민호 감독님도 그런 것들을 영화에서 보여주시길 원하셨고 그게 목표였어요. 저는 생각하고 상상해서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계속 상상 또 상상하면서 연기했습니다.

정신적으로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가장 힘들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몸 힘든 건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압박감과 무게감을 찾아내는 과정이 아주 괴롭고 힘들었죠. 의상과 분장부터 미술 세트, 소품을 포함해 로케이션의 힘을 많이 느꼈어요. 그걸 촬영장에서 하나씩 몸에 걸쳐지면서 환경 안으로 들어가는 게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었던 것 같아요.

홉스골 호수 장면, 두만강 신아산 전투, 동지들을 만나는 안가 같은 공간이 주는 힘이 저에게는 굉장히 크게 작용했고 연기에 도움이 됐습니다.

Q.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촬영이 있었다면

전투신이었어요. 꽤 오랜 시간 촬영했죠. 한번 촬영을 시작하면 정말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는데 팬티 안까지 막 다 들어가요. 오전부터 촬영 끝날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죠.

▲'하얼빈' 현빈. ⓒCJ ENM
▲'하얼빈' 현빈. ⓒCJ ENM

Q. 처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고사했다가 마음을 바꾼 계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부담감은 없었나

우민호 감독님은 뭔가 더 좋은 게 없을까 하고 현장에서도 계속 시나리오를 고치세요. 디테일을 쌓아 큰 것을 바꿔나가는 그런 작업을 끊임없이 하시죠. 저에게 대본을 주실 때 단 한 번도 똑같은 걸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때마다 이건 너무 힘들겠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봤죠. 그러다가 안중근 장군 자료를 찾아보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궁금한 지점이 생겼어요. 감독님의 열정과 저에게 보내주시는 신호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어느 순간 맞았던 것 같습니다.

부담감은 촬영 끝날 때까지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안중근 기념관 관계자분들이 시사회에 오셨었어요. 상영관에 무대인사를 하러 갔었는데 제일 인사드리기 무서웠던 자리였죠. 그러면서도 그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까 궁금했습니다.

Q. 배우로서는 현장에서 시나리오가 계속 변경된다면 연기를 준비하기 힘들 것 같다

근데 저는 그런 지점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물론 배우 입장에서야 준비가 안 된 순간들이 생기고 갑자기 바뀌면 힘든 게 있죠. 하지만, 반대로 거기서 나오는 신선한 뭔가가 있습니다. 그게 뭐가 됐든 감독님이 선택하시는 거죠. 저는 감독님의 그런 부분을 높게 사요. 작품에 임하시는 생각과 열정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시거든요. 계속 뭔가를 생각하면서 실수와 과함을 걷어내고 새로 채우는 걸 계속하시는 거죠. 

Q. 본인이 해석한 안중근은 어떤 인물인가

지금까지도 해답을 못 찾았습니다. 조금이라도 그분의 생각에 가까이 가고 싶어서 최대한 노력은 했어요. 하지만,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범주 안에 있는 분 같습니다. 그래서 뭔가 힌트라도 생겼으면 했죠. 꿈에라도 나오셨으면 했는데 안 나오셨어요. (웃음)

Q. 영웅이 아닌 인간 안중근을 묘사하기 위해 우민호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처음 초점을 맞췄던 건 독립투사로서 목숨 던지는 결정은 하셨지만, 거사를 하러 가는 과정 중에 인간으로서 두려움이 없었을까 하는 점이었죠. 신아산 전투 이후 동지들과의 균열이 생겼을 때 본인의 선택과 결정에 후회가 단 한 번도 없었을까 그리고 미안함은 없었을까 하는 것에서 시작했어요. 그런 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면 좋을까 했습니다. 

안가 구석에 쭈그려 앉는 장면이 있잖아요. 원래는 그런 장면이 아니었고 의자에 앉아 대화하는 신이었거든요. 하지만, 세트장 공간 안에 들어갔을 때 처음 보고 든 생각이 대사하기 전부터 저 구석에서 안 보이게끔 완전히 웅크린 인간 안중근의 모습 자체만으로도 감정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죠. 그래서 아이디어를 드리고 극 중 장면처럼 바꿨었죠. 이 영화는 공간 안에 들어가 리허설을 하면서 더 나은 것을 찾아내는 그런 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얼빈' 현빈. ⓒCJ ENM
▲'하얼빈' 현빈. ⓒCJ ENM

Q. 영화 '퓨리' 중에는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안중근이 처한 이상과 현실의 모순, 내적 갈등을 잘 설명해주는 말인 것 같다

안중근 장군이 거사를 행하던 시기에는 폭력이 아예 없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폭력을 분명히 행사하면서도 본인의 정확한 생각과 신념은 있으셨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신아산 전투에서도 다른 동지들의 의견과는 달리 본인은 정확히 법에 따라 일본 포로들을 살려야 된다라는 말씀을 하셨던 것이겠죠. 이상주의적이긴 해도 그게 틀렸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Q. 이번 영화는 상당히 외로운 작업이었을 텐데 아내 손예진 씨가 위로를 많이 해줬다고 최근 방송을 통해 밝혔다

네, 그랬죠.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을 같은 배우이기 때문에 아내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어요. 끝나고 나서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는데 저에게 매우 큰 힘이 됐어요. 본인도 같이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표현해줘서 고마웠어요.

Q. 한국의 현실과 많이 맞물려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보여드리고자 했던 최초의 목표는 시원한 한방 또는 그러한 결과보다 독립군들의 여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영화입니다. 거사가 독립의 밑거름이 됐고 그것을 시작으로 나가야 된다라는 얘기를 하는 영화거든요. 아직 개봉을 안 했고 어떤 반응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객분들께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야 된다라는 것들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관객분들은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 표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것이다. 연기에 중점을 둔 지점이 있다면

그 장면에서 처음부터 안중근 클로즈업이 없어요. 아마 이토 히로부미의 얼굴과 안중근의 얼굴 그리고 총에 집중되는 그림을 상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는 애초에 그런 것을 배제하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부감 장면 하나로 마지막을 보여주죠. 오히려 까레야 우라를 계속 외치는 목소리로 장면을 표현했습니다. 저는 그게 좋았습니다. 목소리가 최대한 많이 퍼져나가고 더 잔상이 남길 원했습니다.

Q. 이번 작품에서 릴리 프랭키 배우와 함께 연기한 소감은

처음 현장에서 뵈었을 때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드렸어요. 정말 쉬운 결정이 아니셨을 겁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함께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어요. 촬영이 끝나고 릴리 프랭키 씨가 연기한 이토를 보면서도 정말 감사했고, 연기하는 공간을 아우르는 능력이 대단한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만약 일본에서 이 작품이 개봉한다면 함께 무대인사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하얼빈' 현빈. ⓒCJ ENM
▲'하얼빈' 현빈. ⓒCJ ENM

Q. 한류 배우 중에는 항일 작품 캐스팅을 거절하는 예도 종종 있었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한류스타로서의 부담감은 없었나

그런 걱정은 저보다 제 주변에서 더 많이 해준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역사의 기록이죠. 우리나라 배우로서 지금의 한국을 자리 잡게 해주신 안중근 장군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한류스타로서의 위치에 영향을 받는다는 걱정은 단 1%도 없었습니다. 예전에 일본 제작사 쪽에서 안중근 장군에 대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 아마 일본 안에서도 뭔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으신 것 같더군요. 

Q. 해외 판매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약 650만명)이 높은 영화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이유를 예비 관객분들께 설명한다면

부담감은 있습니다. 언론 시사회 때 감독님이 말씀하셨지만, 작은 화면이 아닌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보자고 해서 나온 작품이 이 '하얼빈'입니다. 만약 작은 화면으로 보시던 분들이 극장에서 보시고 전혀 다르게 느껴지신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로 부담감은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 영화 자체가 저에게는 의미가 큽니다. 대작이고 영화 시장으로 놓고 보면 관객분들이 극장을 다시 찾아오시게 할 작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고생하신 분들께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갈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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