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자본시장위반 구속

SK그룹, 최태원 회장 이혼소송 패소에 지배구조 위협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최근 카카오, SK그룹 등 재계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몸살을 겪고 있다. 오너 리스크란 기업 총수가 독단적인 경영으로 물의를 빚거나 법적 위반 등으로 인해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그룹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혼소송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을 할 위기에 놓였다. 

이밖에 LG그룹도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간 상속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고, 한미약품그룹도 경영권 문제로 가족 간 분쟁을 겪고 있다. 

지배주주 중심의 한국 기업 특성 상 오너리스크가 발생하면 기업의 주식가치, 투자동향, 그룹 개편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주주와 기업 중심의 상법개정안 도입 및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카카오·SK그룹 총수 리스크에 ‘흔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오전 1시 10분경 김범수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보다 높게 끌어올리는 등 시세 조종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카카오그룹과 김 위원장 측은 검찰 조사에서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매수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으로 인해 이날 카카오와 자회사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카카오 주가(종가기준)는 이날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36% 떨어진 3만8,850원에 마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7.81%), 카카오게임즈(-5.38%), 카카오뱅크(-3.79%)가 하락 마감했다.

카카오그룹의 주가 하락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 박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만약 카카오그룹의 최대 금융계열사인 카카오뱅크의 지배력이 잃어버릴 경우 카카오그룹의 전체적인 실적에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룹 리밸런싱(계열사 정리)도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는 가파른 사업 확장으로 그간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자 꾸준히 계열사를 정리해 왔다. 지난 2018년 65개에 불과했던 카카오 소속 계열사는 지난해 SM엔터 편입 이후 147개까지 늘어났다. 이후 카카오그룹은 경영 효율화 방침 속에 같은 해 12월 138개, 현재 125개로 계열사를 줄여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당분간 리밸런싱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수익화 모델이 늦춰질 수 있다. 카카오의 AI 전략 부재는 증권가에서 꾸준히 거론된 내용이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경영진 교체 후에도 톡비즈 및 주요 버티컬 사업부문을 관통하는 인공지능 전략 및 세부 액션플랜 수립에 있어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경쟁력을 놓칠 확률이 체증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매니지먼트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계열사 리밸런싱에 돌입한 SK그룹도 오너리스크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6월 법원은 항소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1심에서 재산분할 액수와 위자료 금액은 각각 665억원과 1억원이었다. 재판부가 재산분할을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했으나 자금 마련에 대해 최 회장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만약 대법원에서 항소심이 그대로 확정되면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 회장은 지주사 SK 주식 지분 17.73%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SK는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SK E&S·SKC·SK네트웍스·SK에코플랜트 등 여러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에 최 회장의 지분이 줄어들 경우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 돈은 피보다 진하다…LG·한미약품그룹 상속 문제로 ‘내홍’

LG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상속 문제로 인해 내홍을 겪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고, 아직 결론을 나지 않았다. 

LG에 따르면 구 회장을 포함한 상속인 네 명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 회장이 상속하고, 어머니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모녀는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를두고 LG그룹 원로들은 개탄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상국 전 LG그룹 부사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돌아가신 화담(和談) 구본무 회장께서 작금의 이 지경을 보시면, 어떤 마음이 드실까”라며 “그동안 LG를 거쳐간 수많은 임직원의 피땀과 열정으로 이룬 ‘인화의 LG 브랜’'를 오너일가 돈싸움이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쩌면 (세모녀) 가족들은 처음서부터 양자인 구광모 대표는 LG그룹 회장이 되거나, 최대 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 쯤으로 여기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모녀) 가족들은 여전히 마치 본인들은 ‘기득권을 가진 성골’이고 구광모 대표는 ‘법통과 정통성이 약한 진골’ 쯤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진행형이다. 올해 초 경영권 분쟁 당시 장·차남인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대표이사 측에 섰던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모녀와 신 회장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의 매수인 지위가 한양정밀로 이전됐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한양정밀은 신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다.

현재 신 회장이 두 아들에게서 모녀에게로 돌아서며 모녀 측 우호지분(48.19%)이 형제 측(29.07%)보다 높아졌다. 지분 경쟁에서 모녀가 우위에 선 만큼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뒤찾거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한미 지분을 해외 펀드에 매각해 한미의 정체성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야 한다는 판단을 최근 신동국 회장께서 내리시고 저희에게 손을 내미신 것으로 안다”며 “신 회장과 대주주 가족이 힘을 합쳐 더욱 발전된 한미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너 리스크 해소를 위해서는 상법개정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상법 382조 3항 ‘이사회 충실의무’에서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수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상법 382조 3항에 명시된 내용을 ‘회사와 주주를 위해 일한다’라는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50%가 넘는 상속·증여세율은 재벌가에게도 부담이다.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고 임성기 회장의 증여 주식에 대한 상속세가 촉매제로 작용했다. 유족들은 총 4,5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이나 주식 조건부 매매를 해야 했다. 하지만 자금력에 한계에 부딪치자 OCI홀딩스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갈등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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