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효성화학 적자행진…업황 악화에 실적 부진 장기화 우려
DL케미칼, 사업 다변화로 이익↑…SK이노 실적 선방…배터리는 리스크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석유화학 업종이 업황 부진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고전하고 있다. 재계 상위권 대기업 관련 자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 효성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도 적자로 고전하고 있고 신용등급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반면 DL그룹의 자회사 DL케미칼은 석유화학 산업이 불황임에도 이익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업 구조 다변화가 실적 선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1분기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다만 자회사 SK온의 부채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 석유화학 계열사마저 '흔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자회사 롯데케미칼은 업황 악화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1,3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동기(-53억원) 대비 적자 폭이 1,300억원 늘어난 것이다.
대규모 투자로 인한 부채(차입금)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로 인해 현금 유입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차입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총차입금은 2021년 3조6,658억원에서 2022년 6조3,247억원, 2023년 10조141억원으로 2.7배 증가했다.
효성그룹의 계열사 효성화학의 실적 부진은 장기화되고 있다. 효성화학은 올해 1분기를 포함해 10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효성화학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10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 증가했으나 영업손실 348억원을 기록했다. 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 등 효성그룹 나머지 주요 계열사는 안정된 실적을 거둔 반면 효성화학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업황 불황이 지속되는 만큼 실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기업의 신용등급 악화와 자금조달이 경색될 우려가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신용등급이 AA+에서 AA0로 하향조정됐고 또 신용등급이 내려갈 우려가 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석유화학 다운사이클 장기화 등으로 석유화학부문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주요 재무지표가 당사가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가능성 증가 기준을 충족하는 등 추가 신용도 하락 압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효성화학의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효성화학은 석유화학 업황 불황으로 현재 부채비율만 4,900%대로 치솟았다. 이 같은 재무부담은 신용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효성화학은 신용도가 강등됨에 따라 자금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월 효성화학은 500억원어치 1년6개월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미매각됐다. 과도한 재무부담과 신용도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은 중국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것은 중국 영향이 컸다”며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중국 의존도가 컸으나 최근 중국이 수입 의존도를 벗어나 관련 산업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 수출 의존이 큰 석유화학 국내 석유화학 기업에 타격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 후반부터 ‘화학굴기’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공장 설비를 증설하고, 자급률을 높여왔다. 한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석유화학제품은 1,470만톤(t)로 2019년(1,801만t) 대비 4년 만에 수출량이 18.4% 감소했다.
◆DL케미칼, 제품 고부가화 주효…성장세
DL그룹의 계열사 DL케미칼은 업황 불황에도 실적이 크게 올랐다. DL케미칼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2,297억원 영업이익 1,1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9%, 영업이익은 540% 늘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16.3%, 영업이익은 820% 증가했다.
DL케미칼이 올해 1분기 호실적 배경에는 선제적으로 추진해온 제품 고부가화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DL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이 향후 중국의 굴기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고 판단,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했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자사는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시황(석유화학 사이클)에 민감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의 고부가 제폼은 태양광 봉지재용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와 폴리부텐(PB)의 가격프리미엄으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유가 상승에 힘입어 에너지 부문에서 큰 이익을 거두면서 1분기 실적이 늘어났으나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이익이 개선됐으나 배터리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6% 증가했다. 사업별로는 석유사업이 정제마진 강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관련 이익 등으로 5,9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화학사업도 1,245억원을 영업이익을 냈다.
다만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부진으로 인해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SK온 연간 영업손실 금액은 ▲2021년 3,102억원 ▲2022년 1조727억원 ▲2023년 5,818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증자와 상장전지분투자(Pre-IPO)를 통해 수차례 자본확충이 이뤄졌음에도 재무부담은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과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