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조합장, 직무정지 3개월 취소 청구 ‘기각’

“법률상 기각, 청구 이유 없다는 것”

“부당대출 관련, 미흡한 내부통제 이력”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이 금융당국과의 행정소송 1심에서 기각 판결을 받고 패소했다. 강 조합장은 지난 2020년 10월 율곡농협 조합장 재임 중 동일인에게 수십억원의 초과대출을 내준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적발돼 직무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강 조합장은 금융업을 모르는 비전문가임을 전제로 금융당국의 처분이 과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행정소송 판결 후 강 조합장은 차기 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법률상 기각은 소송을 청구한 당사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형식적인 요건은 갖추었으나 그 내용이 실체적으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 재판부가 소송을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일각에선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에 인사·예산·감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700조에 달하는 상호금융자산을 통제하는 회장직을 강 조합장이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강 조합장의 차기 회장 선거 출마가 유력시 되면서 직무정지 3개월 행정처분 이력을 문제 삼는 것이다. 지역 농협 조합장으로서 부당대출 관련, 내부통제를 적절히 했는지에 대해 경영 능력을 지적하는 합리적 의심이다.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이 제기한 행정소송 나의사건 검색 캡처본 ⓒ대한민국 법원 사이트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이 제기한 행정소송 관련 나의사건 검색 캡처본 ⓒ대한민국 법원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행정 제3재판부)은 지난 10일 강 조합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직무정지 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10월 27일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 취급한 강 조합장과 실무자급 임직원을 제재했다. 대출취급 시 자금의 용도, 소요금액, 소요기간, 상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적정금액을 지원해야 함에도 이를 어겼다는 것이 이유다.

제재 처분 내용은 직무정지 3개월(조합장), 주의적 경고(임원 1명), 감봉 3개월(직원 1명), 견책(직원 2명) 등이다. 구체적인 적발 내용은 2014년 8월 7일부터 2018년 12월 27일 사이 특정인에게 동일인대출 한도를 최대 48억1,700만원 초과해 부당대출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이외에 지난 2017년 4월 13일부터 약 1년 간 부동산개발사업 용도로 수십억원의 대출을 율곡농협이 내줬는데, 해당 부동산의 사전분양률이 낮아 중도금을 통한 마감공사비 충당이 불가능해지자 또 다른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 2017년 1월 합천 율곡농협 정관 변경 사항이 담긴 사업보고서 일부. 2023년 6월 말 기준 율곡농협의 자산 총액은 1,821억2000만원이다. ⓒ합천 율곡농협 경영공시
▲ 2017년 1월 합천 율곡농협 정관 변경 사항이 담긴 사업보고서 일부. 2023년 6월 말 기준 율곡농협의 자산 총액은 1,821억2,000만원이다. 농업협동조합법은 2,50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농협 조합의 경우 비상임 조합장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 상임이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합천 율곡농협 경영공시

◆ 2020년 당시, 강 조합장 “직무정지 3개월, 과한 처분”

금감원의 제재가 이뤄진 2020년 강 조합장은 금융당국의 처분에 대해 상당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재권을 갖고 있던 당사자이지만 전문성이 없고 정관개정을 통해 비상임 조합장으로 신분이 변경됐는데 이에 대한 처분이 과하다는 취지였다.

당시 강 조합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7년 1월 율곡농협 내부 정관 개정을 통해 상임에서 비상임 조합장으로 역할이 변경됐다”며 “2018년까지 실질 업무를 담당할 상임이사를 임명하지 못한 상태로 자신이 대출 과정에서 결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장은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서 선출되며 은행장 같이 여신전문가 아니란 점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조합장이 구매, 판매, 지도교육사업, 농정활동 등 다양한 일을 하다보니 실무직원을 두고 있는데 조합장의 결재는 요식행위이기 때문에 과한 제재”라고 강조한 바 있다.

◆ “미흡한 내부통제 이력 될 수도”

지역농협 출신 한 관계자는 “(율곡농협 정관상) 조합장 직무가 비상임으로 전환된 것은 총회를 거친 사안일 것”이라며 “상임조합장은 3선 이상 했을 경우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재차 출마할 수 없는데, 2015년 당시 강 조합장은 3선을 다 채운 상태로 (그래서) 2019년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법상 총자산 2,500억원 이상일 경우 정관 변경을 통해 비상임 조합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있다”며 “(그 이하 자산 규모에선 직무 성격 전환 규정은 없는데) 비상임 조합장은 그 밑의 상임이사가 결재권과 책임을 갖게 되기에 이 같은 사안을 고려해 정관 변경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협법과 중앙회 정관을 보면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처분은 (상호금융대표이사 직무 수행을 제외하고) 중앙회장 선거 출마에는 제한이 없다”며 “다만 내부통제를 하지 못한 이력이 될 수 있어서 내년 1월 치러질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유권자가 될 (투표권이 있는) 조합장들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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