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선거철이 도래했다. 4년 전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출마 후보들을 취재하면서 느꼈던 한심함이 여전히 가시질 않는다. 당시 선거 과정을 취재하면서 금품이 살포된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특정 후보의 고백을 듣기도 했다. 해당 후보는 “돈을 썼지만 위탁선거법(농협 선거 적용)상 공소시효가 6개월이라 관계가 없고, 도의적 책임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4년이 지났다. 농협중앙회가 연일 시끄럽다. 내년 1월 25일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수십 년 전 비리 혐의로 회장 자리에서 쫓겨나 징역을 살다가 나온 정대근 전 회장이 출마의지를 내비쳤다가 불과 수일 사이 포기한 사실도 확인됐다.

농협법(제130조 제5항)은 회장의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중임 제한 규정은 지난 2009년 6월 신설됐다. 또 중임 제한 적용에 대해서는 규정 신설 후 새롭게 선출되는 회장부터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 전 회장의 경우 규정 적용시점에서 자유로운 상태다.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가 가능하다.

중임은 중복해서 임기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연임을 포함하는 상위개념이다. 

정 전 회장의 출마의사 표명과 포기 사실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경남 지역의 출마 예상후보(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송영조 부산금정농협 조합장, 황성보 동창원농협조합장)와 야합(野合)을 통해 이권(利權)을 제공받기로 하고 협조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 전 회장의 지역 기반은 경남 밀양이다.

비리의 온상(溫床)이라고 평가된 ‘올드보이(old boy)’의 귀환(歸還)을 달갑게 생각하는 여론은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의 출마 자체만으로도 농협 내부 직원들의 한숨을 키우는 행태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민선(직선제) 3기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재임 중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 마트 부지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6년 5월 구속된 바 있다. 수감된 이후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매각 과정 등에서 수십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농협법상 회장의 권한은 아무것도 없다. 인사권만 놓고 보더라도, 인사 관련 서류에는 회장의 결재란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상임·명예직으로서 지역조합 및 조합원 권익 증진을 위한 대외활동으로 업무가 제한된다.

왜. 그 자리가 그렇게 하고 싶을까.

결국 이권이다. 법으로 묶어뒀지만 막후 권한이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인사권이 없어도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만큼 추종세력을 밀어 넣을 수 있다. 회장의 입김으로 추천하는 방식을 취하면 그만이다. 회장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달콤하기 짝이 없다. 수억원의 연봉에 업무추진비는 별도다. 운전기사와 차량도 제공받는다.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에게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력도 갖게 된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농민들의 표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어서다.

티가 안 날 뿐 제왕적 권력의 정점에 서는 것이다. 사람인데, ‘폼(form)’ 나는 삶을 살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비용 마련을 위해 각종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요구하는 출마 유력 후보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렇게 해서 당선이 되면 농협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린다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구멍가게만한 기업도 사람이 바뀌면 달라진다. 심기일전(心機一轉). 이걸 하라고 4년마다 농협의 수장을 새로 뽑는 선거를 하는 것이다. 이권이나 나눠 갖겠다는 심산이면, 일찌감치 출마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과 자작자수(自作自受)가 떠오른다. 열흘 붉게 물든 꽃도 없고, 죄를 지으면 반드시 되돌려 받는다. 어떤 형태로든 말로(末路)가 좋지 않다. 농협은 사기업이면서, 공공성이 현저한 집단이다. 더 이상 농협의 비리 혹은 비위 따위에 눈살을 찌푸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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