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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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재가격 상승분 납품대금에 반영…위탁기업의 약정서 기재 의무화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열 기자] 중소·벤처기업계의 숙원이던 ‘납품대금 연동제’가 마침내 국회의 벽을 넘었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제400회 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납품대금 연동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것.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후 시행된다. 다만, 의무와 제재에 관한 사항은 9개월 후 시행된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위탁기업(원청업체)과 수탁기업(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재료 가격의 변동을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2008년부터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도입을 주장해 왔으나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으로 채택되고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위탁기업 41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탁기업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위탁기업과의 거래상 지위에 따른 협상력 차이 때문에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현재도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라는 제도가 있어, 공급원가가 일정기준 이상으로 변동되고 수탁기업이 원할 경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소기업중앙회 포함)을 통해 납품대금 조정을 위탁기업과 협의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신청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따라서 수탁기업의 신청 없이도 수탁기업과 위탁기업 간 협의와 약정서 기재를 의무화하는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주요 원자재 및 연동비율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 구체적인 사항을 기업 간 협의로 정하도록 했다. 위탁기업은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협의 사항을 약정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다만, 현장의 다양한 거래 관계를 고려해 소액계약·단기계약과 같이 납품대금 연동의 필요성이 낮거나 기업 간 합의한 경우에는 약정서에 연동 관련 사항을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와 관련해 위탁기업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거나 거짓, 부정한 방법으로 약정서 기재를 회피하는 등 예외조항을 악용하는 일을 방지하도록 탈법행위 금지를 신설하고, 탈법행위 금지 위반 시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표준약정서를 제정해 그 사용을 권장하고,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을 선정·지원할 수 있다. 

이번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에 대한 경제단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납품대금 연동제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위해 노력해 온 국회와 정부의 노고에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국회가 14년 만에 여야 협치로 법제화에 합의한 것은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해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면서 “법제화를 통해 이제는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도 “납품대금 연동제는 그간 대·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거래했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기업 경영 안정화와 공정한 시장경제 발전에 일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세계적으로 입법 사례를 찾기 어려운 납품대금 연동제 관련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한다”면서 “연동제가 시행되면 최종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피해,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공장 해외이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전경련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행 중인 시범사업이 위·수탁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법이 진행돼 아쉽다”면서 “정부는 제도 시행 이전에 시범사업에서 노출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조사본부장 역시 “시범사업을 통해 연동제의 부작용을 검증한 이후 법제화를 해도 늦지 않은데 무리하게 입법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간 경제계가 문제를 제기해온 법제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검토·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에 대한 경제계 내부 의견 차이는 이전에도 드러났었다. 지난 11월 24일 대한상의, 전경련,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납품대금 연동제의 법제화를 반대하는 내용의 경제계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왜 뒤늦게 반대하는지 알 수 없다”며 “대한상의나 한국무역협회는 회원 99%가 중소기업인데 납품대금 연동제를 반대하는 것이 정말 공식 입장인지 묻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싸우는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룰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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