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요즘 같은 불경기에 현금 지급으로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이벤트는 고객을 위한 것 아닌가요.” 5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해준다는 이벤트 문구를 본 기자의 질문에 대출중개 플랫폼 ‘핀다’ 측이 내놓은 답변이다.

해당 이벤트는 사실 매력적이다. 대출 갈아타기에 성공했을 경우 추첨을 통해 500만원을 지급해 준다고 현혹하고 있다. 세부적으론 올해까지 진행되는 이벤트 기간 내에 신규 대출과 두 번째 대출 실행 시 각각 최대 300만원의 이자를 현금으로 주겠다는 조건이 붙었다. 중복 지원은 되지 않지만 당첨 시 제세공과금 22%도 대신 납부해준다는 조건도 뒤따랐다. 반드시 핀다를 통해 대출을 실행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문제가 없을까. 고객을 돕기 위한 사회공헌(社會貢獻) 활동으로 포장하는 것에 논리적 한계가 있어 보인다. 사행성(射倖性)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일단 체감경기를 살펴보자.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는 많다. 극단적인 체감경기는 신용카드 이용패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수수료율이 연 10%대 중반에 달하는 신용카드 할부결제액이 늘어나고 있다. 물가가 급등한 데다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삼성·국민·현대카드 등 8개 카드사의 할부결제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41조4,845억원으로 지난해 말(37조7,421억원)보다 9.91% 증가했다. 통상 카드사들이 취급하는 할부금리는 연 8.6~19.9%에 달한다. 심각한 것은 연 18~20% 금리로 할부를 이용하는 소비자 비중(무이자할부 제외)이 50~80%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롯데카드와 삼성카드의 연 18~20% 금리 비중은 각각 76.24%, 75.62%였다. 무이자 할부혜택이 줄었다는 점에서 이상 현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시불 결제가 어려운 신용카드 사용자가 늘었다는 점에서 경기침체 전조(前兆)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사행성 마케팅이라는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뀐다. 마치 핀다를 이용하면 현금을 줄 수 있으니, 대출을 꼭 받으라는 소리로 들린다.

대출은 게임이 아니다.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그러나 ‘영끌과 빚투’라는 신조어가 최근 세태를 반영하듯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사람들이 향한 곳은 주식·부동산 시장이었다. 적어도 최근 몇 년은 투자자들의 ‘올인’ 현상이 정점에 있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와 통화 당국은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고 통화량을 증가시켰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이 폭등했고 그에 따른 과실(果實)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현 시점의 경제 상황을 두고 자산 시장의 버블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로 인한 문제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단 것이다.

올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마지막으로 결정한 기준금리는 3.25%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한은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가계대출자들이 갚아야 할 이자는 연간 6조5,000억원 증가할 것이란 추산도 있다.

그렇다면,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면서 1회성 현금 이자 지원을 내세울 것이 아니다. 대출중개업 본연의 역할로 취약차주(실질 수요자)를 발굴해 제휴한 금융사 62곳(DGB대구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BNK경남은행·씨티은행·롯데카드·KB국민카드·OK저축은행·하나은행·토스뱅크 등)에서 대출 실행이 원활하도록 돕는 것이 사회공헌에 더 부합하는 행태다.

핀다가 대출중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혹은 취약차주가 변제능력을 얼마만큼 갖고 있는지 금융사가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도울 수 있도록 ‘대안신용평가모형(비재무 객관화 모형)’ 개발에 비용을 더 투입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은 ‘우연하게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억울하게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선심(善心) 쓰듯 수백만원의 이자를 1회성으로 주는 것은 사행성 마케팅이다.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면 되새겨야 한다. 섣불리 대출을 받았다가 이자 부담에 뜬 눈으로 지새는 취약차주들이 넘쳐나는 상황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차라리 현명한 금융소비 습관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더 낫다. 그것이 사회공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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