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서 판 반 마이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을 만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서 판 반 마이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을 만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롯데그룹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롯데그룹이 베트남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에 육박하는 튼튼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어 소비 잠재력이 크고, 전체 인구의 70%가 30대인 만큼 젊고 성장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높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8.5%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롯데는 베트남 시장 확보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행보에서 잘 드러난다.

​롯데는 지난 2일 베트남 독립기념일에 맞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을 진행했다. 

​롯데의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은 베트남 호찌민시 투티엠 지구에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연면적 약 68만㎡)의 쇼핑몰을 짓는 프로젝트다. 규모는 코엑스의 1.5배이며,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시네마, 아파트 등으로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도 들어선다. 

롯데는 이 사업에 총 사업비 9억달러를 투자해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를 최첨단 스마트 기술과 유통 노하우를 접목한 베트남 최초 최고급 스마트 단지로 완공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착공식에서 "올해는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30주년을 맞는 해로,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며 "에코스마트시티에 롯데의 역량이 총집결된 스마트 주거 시설과 유통 시설이 자리잡아 향후 베트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열린 베트남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 ⓒ롯데그룹
▲지난 2일 열린 베트남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 ⓒ롯데그룹

​착공식에는 롯데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출동했다. ​신 회장을 비롯해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등이 참석했다. 롯데가 베트남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뿐 아니라 신 회장은 특별사면 후 첫 공식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으로 선택했다. 

신 회장의 베트남 사랑은 꽤 오래됐다. 

신 회장이 부회장(1997~2010)으로 있을 때 신흥강대국을 일컫는 용어로 유행했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대신 VRICs(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글로벌 경영 전략을 펴왔다. 

​롯데는 이러한 경영 전략 하에 이미 1996년 현지사업으로 롯데베트남 법인을 세웠다. 이어 1998년 롯데리아, 2008년 롯데마트 1호점을 열었다. 신 회장이 2004년 정책본부장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부터는 베트남을 자주 방문했다. 계열사 경영 현황 점검하고,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에는 롯데센터 하노이가 완공됐으며, 2015년에는 신 회장이 베트남 대통령과 부총리 만나 투자 요청을 했다. 2019년에는 롯데건설이 100% 출자한 베트남 개발법인인 롯데랜드도 설립했다. 내년에는 롯데몰 하노이도 오픈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베트남 사업에 힘쓰는 것을 두고 중국 사업 철수와 연관짓기도 한다. 

​2008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가 한때 롯데백화점 5개 점, 롯데마트 119개 점까지 매장을 늘렸었으나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을 축소해 왔다. 

2018년에 롯데마트를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7월 이사회를 열고 중국에 남아 있는 마지막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청두점 지분 매각까지 결정했다. 연내 청두점 매각이 완료되면 사실상 롯데는 중국 진출 14년 만에 중국 사업을 접는 셈이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경제학과)는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중국 사업이 뿌리채 뽑혔으니 아마 한이 맺혔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입은 상처를 씻을 대체 후보지로 베트남이 적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명예교수는 "베트남의 평균 연령은 30세 밖에 안되는 젊은 나라인데다 인구도 1억명 가까이 돼 잠재력이 대단하다"며 "베트남이 사회주의에서 출발했지만 자본주의의 정신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나라도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번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는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 롯데케미칼 상무도 함께 했다.

​판 반 마이 호찌민시 인민위원장과 나란히 신 회장 뒤편에 앉은 신 상무는 신 회장이 축사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한국 롯데 계열사 임원들의 사진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모든 공식 일정에 신 상무가 동반 참석한 만큼 재계 일각에서는 신 상무가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 회장이 신 상무(만 35세)와 비슷한 나이대에 경영수업을 시작해서다. 

​조 명예교수는 "후계자 승계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면서 "시험대에서 제대로 된 성과가 있기 전까진 경영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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