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이 노조 파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박은영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이 노조 파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박은영 기자

- 설 앞두고 '택배 대란' 우려…노조·비노조 갈등 격화

-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조건 없는 파업 철회를”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지난달 28일 시작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 파업이 3주째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노사간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배송 차질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 전자상거래업체,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피해가 적지 않다고 한다.

CJ대한통운 노조는 택배기사의 과로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로 도출된 택배비 인상분을 재분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노조는 ▲택배 요금 인상액 공정 분배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저상탑차 대책 마련 ▲노동조합 인정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노조원들이 상경 집회를 여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노조와 비노조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고객들의 외면을 우려하며 '파업 반대'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 CJ대한통운 파업 장기화…소상공인 “주문 취소 늘고 업무 혼선”

19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는 지난달 28일 택배비 인상분을 공정하게 분배할 것을 본사에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CJ대한통운 노조 조합원은 약 1,650명으로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 약 2만 명의 8% 정도다.

CJ대한통운 노조의 파업 지역은 ▲서울(강남·노원·송파 등 5곳) ▲경기(고양·과천·광주 등 16곳) ▲세종(도담·한솔·연기 등 6곳) ▲강원(동해·삼척·춘천 등 6곳) ▲경남(거제·김해·진주 등 7곳) ▲경북(경주·포항) ▲광주(광산·남구·동구 등 5곳) ▲대구(달서·달성북구) ▲부산(강서·남구·사상 등 5곳) ▲울산(남구·동구·북구 등 4곳) ▲전남(여수·장성) ▲전북(군산·전주·정읍) ▲충남(서산·예산·태안 등 4곳) ▲충북(단양·음성·제천 등 5곳) ▲제주(서귀포·제주)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많은 지역을 위주로 택배 물류 소화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배송대란 보다 파업 참여자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배송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특히 경기 광주·성남, 울산 지역에 파업 참여 조합원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CJ대한통운 택배를 이용하던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은 파업이 장기화되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타사 택배를 이용하고 있지만 피해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모바일 쇼핑몰 직원 A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식품 주문이 늘고 있는데 파업이 길어지고 파업지역에 있는 택배의 배송, 반송 모두 더디게 진행되면서 주문을 취소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회사와 고객 모두 물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주문을 취소하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다른 택배사를 이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 택배사에서 많은 수량을 보내야, 계약단가가 저렴해지고 정산도 빠른데 파업으로 인해 발송하는 물량이 택배사마다 분산되면서 단가 협상이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쇼핑몰 직원 B씨는 “파업지역에 해당하는 제작·생산 업체에서도 물품을 보내주지 못해 지난주까지도 업무에 혼선을 겪었고 일손도 부족하다”며 “CJ대한통운 이외 롯데택배·한진택배·로젠택배·우체국에 물량이 옮겨가면서 고객에게 두세차례 배송지연 공지를 하는데 우리 같은 중소업체들이 겪는 고충과 피해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이같은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일반 고객에게 전달하는 단계에 택배기사들이 파업과 배송거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파업지역 택배 접수를 사전에 제한하고 있고 주문이 접수된 상품은 집화를 제한해 소비자가 물건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를 했음에도 파업지역으로 도착한 일부 물량은 비노조원인 택배기사와 전속으로 계약을 체결한 일부 기사들을 통해 배송하고 일부 남아있던 물량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인해 배송이 밀렸던 물량은 파업 초기 약 40만건을 기록했는데, 현재는 10만건 중·후반대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 사측 “택배 기사 교섭권 대상자 아니다…법과 원칙 따라 현장관리"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 직접적으로 교섭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택배 기사들이 교섭권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택배사는 통상 지역별로 위치한 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맺고 있다. 또 이 대리점들이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와 계약을 체결해 직배송 업무를 수행한다. 때문에 사측은 파업에 참여하는 기사들의 교섭 대상도 대리점이라고 보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 현장에서 법과 원칙에 기반을 둔 합리적인 관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대리점연합회와 노조가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합법적 대체배송을 방해하거나 쟁의권 없는 조합원의 불법파업 등으로 일반 택배기사와 대리점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현장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사회 인프라이자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기반산업으로 성장한 택배가 차질을 빚으면서 코로나19 극복이 지연되지 않도록 노동조합은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신속하게 작업에 복귀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대리점연합)도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업무 현장에 복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파업 중단과 현장복귀를 촉구했다. 소상공인과 비노조 택배기사, 대리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편 조건 없는 파업을 철회하고 택배서비스 정상화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 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종철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회 회장은 “고객의 상품을 볼모로 본인들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작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이라도 접수중지(집화제한) 조치를 해제한 뒤 해당 구역에 도착하는 상품 전량을 대체 배송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은 고객사와 소비자의 고통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며 “대리점에서도 이에 적극 협조해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비노조인 김슬기 경기수원우만대리점 택배기사는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는 10%가 되지 않고 택배기사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고 권익도 대변하지 못한다”며 “각자 역량에 맞춰 일하고 벌 수 있었는데 노조가 생기고 난 이후부터 과로사와 노동력착취 등을 이유로 일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됐고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파업에 동참하는 노조원들이 각자가 개인사업자라는 점을 자각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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