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서울 강서구 사옥 전경. ⓒ오스템임플란트
▲오스템임플란트 서울 강서구 사옥 전경. ⓒ오스템임플란트

- 회사 측 ‘단독범행’ 일축…이 씨 측 "단독범행 아니야"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오스템임플란트 재무 팀장 이모(45)씨가 1,880억원을 횡령했다. 회사 자기자본 2,047억6,057만9,444원의 91.8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씨는 이 돈으로 다른 회사 지분을 대거 사들이며 '대주주' 지위까지 올랐다. 오스틴임플란트 측은 "전혀 몰랐다"며 직원의 '단독 일탈'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씨 단독 범행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뿐더러 시총 2조원에 달하는 회사에서 직원 한명의 단독 범행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선 오스팀임플란트 상품 판매를 중지하는 등 줄줄이 '손절'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이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 상품 가입을 중단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도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 시총 2조원 회사서 개인이 1,880억원 횡령?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충격적' 공시를 내놨다. 자금 관리 직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공시와 동시에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권매매 거래도 정지됐다. 회사 측은 자금관리 직원 이씨를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 씨는 회삿돈 중 일부를 사용해 지난해 10월초 동진쎄미켐 지분 7.62%를 장내매수했다. 무려 1,430억원치다. 시장에선 입소문이 퍼졌다. '슈퍼개미' 이씨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회사 측은 따르면 이씨가 잔액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속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두고 시가총액 2조원 규모의 회사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단독이 아닌 회사 고위 관계자의 사주를 받고 이씨가 이런 일을 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씨는 단독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 변호인인 박상현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이씨가 직책(재무관리팀장)이 있는 분인데 혼자 (횡령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회사 주장대로 잔고를 허위 기재했다면 회사에서 다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가 회사의 잔액증명 시스템을 조작해가며 개인 계좌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회사 측의 입장을 반박한 셈이다.

이어 박 변호사는 "이씨가 공개된 직위를 갖고 있으니 평소 위에 있는 오너분들로부터 그런 업무 지시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씨 단독범행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회사 회계법인 관계자는 "외부 감사 기간 사이에 자금 담당자가 돈을 빼서 쓰다가 결산 기간에만 채워 넣으면 티 안 나는 구조"라며 "현금계정 기중거래내역까지는 다 못보는 경우 많아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반기별로 외부 감사를 받고, 월별 결산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법인으로 감사를 받는 구조여서 자금관리 총책임을 맡고 있던 이씨의 일탈을 잡아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오스템임플란트는 약 3개월 동안 이씨의 횡령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체크하고 회사에 남은 금액과 맞아야 하는데 직원이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1,880억원의 회사돈을 횡력한 오스틴임플란트 직원 이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SBS biz 뉴스캡처
▲1,880억원의 회사돈을 횡력한 오스틴임플란트 직원 이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SBS biz 뉴스캡처

◆ 소액주주, 피해보상 소송 나서

강서경찰서는 지난 5일 자택 건물에서 은닉하고 있던 이씨를 검거했다. 이 건물은 이씨가 아내에게 증여한 집으로 사실상 이씨 소유의 다세대 주택이다. 이씨는 이미 횡령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씨 집에서 1㎏짜리 금괴 851개 중 430개를 압수했다. 금 1㎏ 7,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압수된 금괴는 약 308억원이다. 또한 이씨가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증권 거래에 활용한 키움증권 계좌도 동결했다. 252억원이 입금된 이씨의 증권사 계좌도 동결했다.

다만 아직까지 경찰은 이씨의 가상자산 계좌를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나머지 금괴와, 1,000억여원 달하는 남은 자금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또 경찰은 이씨의 범행과 도주 과정에서 그를 도운 공범이 없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으로 소액주주들과 법무법인은 회사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위한 소송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1만9,856명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전에도 최대 주주와 임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데다 회계 논란에도 여러 차례 휩싸였다.

창업주 최규옥 회장 본인도 지난 2016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전·현직 임원 박모 씨, 노모 씨는 각각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항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당시 회사 측은 횡령 등의 금액 7억8,000여만원을 모두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4분기와 2019년 2분기 등 실적 발표 때도 1,000억원 넘는 분기 매출을 내고도 영업이익이 각각 3억원과 77억원에 그쳐 증권가에서 '습관적인 어닝 쇼크'라는 비난 속에 회계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최대 주주인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1,500억원 정도는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 전해졌지만, 부실 회계 논란과 소액주주들의 피해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씨 집에서 1㎏짜리 금괴 851개 중 430개를 압수했다. 금 1㎏ 7,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압수된 금괴는 약 308억원에 이른다. ⓒBS biz 뉴스캡처
▲경찰은 이씨 집에서 1㎏짜리 금괴 851개 중 430개를 압수했다. 금 1㎏ 7,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압수된 금괴는 약 308억원에 이른다. ⓒBS biz 뉴스캡처

◆ 오스템임플란트, 증권시장서 퇴출되나

오스템임플란트가 증권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코스닥 지수뿐 아니라 에프앤가이드 지수 등 상장지수펀드(ETF)가 추종하는 민간지수에서도 줄줄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오는 24일까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회사 영업, 재무, 내부통제, 경영 투명성 등과 관련된 자료를 토대로 심의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실상 퇴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이미 은행들은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 상품 가입 중단에 나섰다. 하나은행이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 상품 가입을 중단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도 판매 중단에 나섰다.

신한은행도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한 펀드 상품들과 관련해 판매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 역시 수사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며 신용등급 재평가 등의 사후조치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오스템임플란트 회계감리 착수 여부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은 기존 재무제표 수정 공시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3월 공시 사업보고서는 검토할 방침이다. 횡령 사건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은 만큼, 3월 공시 예정인 감사보고서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찰에서 수사 중인 횡령 금액, 시기 확정시 재무제표 수정 여부를 토대로 회계감리 착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착수 여부 검토는 회사 측도 횡령 등을 추후에 인재했으므로 과거 재무제표 정정, 수정 부분을 우선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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