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6일 검찰로부터 공동정범(共同正犯)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김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던 시기, DGB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 및 캄보디아 DGB특수은행 부행장 등과 공모해 캄보디아에서 현지 브로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당장 김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유감표명 입장문을 내고, “진실규명을 위해 성실히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춘 대구은행 관계자도 “(자회사인 관계로) 캄보디아 현지 법인 이사회를 거쳐 사안이 결정됐기에 단순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김 회장은 재판과정에서 무죄로 풀려날 것”이라고 낙관(樂觀)했다.

과연 그럴까. 구체적으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범죄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김 회장을 포함한 피고인 4명은 작년 4~10월까지 현지 법인(DGB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 변경을 위해 현지브로커에게 로비 자금 350만달러(약 41억원)를 건네고 이를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재차 전달하도록 지시한 속칭 ‘뇌물 셔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뇌물 제공을 위한 자금 마련 목적으로 작년 5월 캄보디아의 한 건물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매매대금을 부풀렸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혐의 내용을 곱씹어 보면, 대구은행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여신 업무만 할 수 있는 특수은행 인가는 있었지만 수신·외환·카드·전자금융 등 종합 금융 업무를 할 수 있는 상업은행 인가는 받지 못한 상태였다. 상업은행 인가를 받고 싶은데, 로비자금이 필요했고 ‘외환거래법’이나 국내에 있는 이사(理事)들 눈치가 보이니 현지에서 건물을 사고 ‘뻥튀기’를 해서 자금을 조달하려 했던 것이다.

우습게도 이 사건은 현지 건물 매입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면서 해당 업무를 맡은 직원을 대구은행이 검찰에 고발하면서 드러났다. 매매대금을 부풀렸다는 현지 건물을 총 1,9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는데, 지급한 선금(先金)을 돌려받지 못해 대손충당금(貸損充當金)까지 적립했던 바 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김 회장 등의 혐의를 새롭게 포착했다고 밝혔다. 지급한 선금도 뇌물과 관련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 사안의 심각성은 쉽게 드러난다. 내부통제기준 상으로 수십억 원의 자금 집행과 관련해 모회사인 대구은행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면, 김 회장의 결재(決裁)가 필요하기에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벗기 어렵다.

특히 캄보디아 현지 특정 건물 매입 과정이 로비자금 조달의 한 방편(方便)으로 지목된 만큼, 최고 경영자인 김 회장이 알지 못했다는 것은 무능함을 자인(自認)하는 셈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은행은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고자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지방은행(광주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전북은행·제주은행 등) 중 한 곳이다.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SC제일은행·씨티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에 뒤처지는 영업 권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다. 이런 측면에서 현지 영업을 위한 건물 매입에 대해 김 회장의 결재가 전혀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진실(眞實)과 사실(事實)은 다르다. 현재 드러난 사실은 김 회장의 뇌물 제공 공모 혐의다. 진실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됐다.

재판을 받기도 전에 무죄라는 ‘낙관’은 겸손의 미덕(美德)을 잃은 오만(傲慢)이다. 부디 김 회장으로 인해 DGB금융의 경영상 공백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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