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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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철호 출범 곧 1년…반토막난 실적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작년 11월 CEO로 부임했다. 이 회사가 외부인사를 CEO자리에 앉힌 것은 처음이었을만큼 파격 인사로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신 부회장 부임 1년을 앞둔 가운데 LG화학은 연이은 악재를 마주하며 위기를 겪고있다.

실적 악화, 배터리 화재, 소송전, 인재 이탈 등 위기 요소가 산적하지만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는 분야가 없다. 신학철호가 위기를 돌파하지 못하고 침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실적이 급격히 고꾸라지며 경고등이 켜졌다. LG화학은 3분기 영업이익 3,803억 원을 거뒀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232억 원으로 작년 같은기간 기록한 1조9,565억 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 ‘구원투수’ 배터리사업은 ‘방화범’ 전락?

LG화학은 주력 사업인 화학분야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사업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연이은 화재사고로 오히려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하는 ‘방화범’으로 전락했다. 

LG화학이 배터리를 납품한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장치)에서 끊임없이 화재가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합동조사단을 꾸리기 전까지 ESS 시설에서는 2017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27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중 LG화학 배터리가 14건으로 무려 절반을 넘는다. 

▲신학철 부회장. ⓒLG
▲신학철 부회장. ⓒLG

특히 지난 21일 오후 경남 하동군에 설치된 ESS에서 발생한 불은 한국 오창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바가 크다. 기존 화재는 모두 2017년 중국 난징공장에서 제조된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대상이 확 늘어나게 된 셈이다. 만약 특정 공장에서 특정 시기에만 발생한 문제가 아닌 경우라면 리콜, 피해보상 등으로 인해 향후 LG화학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또, 정부의 합동조사 발표 이후에 계속해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정확한 원인 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의사결정과정에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SDI가 발빠르게 화재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성을 강화하는데 2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 전기차용 배터리마저 불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LG화학이 배터리를 납품한 전기차에서 화재 발생 횟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6년도에 한 건에 불과했던 화재는 2018년 3건, 2019년 들어 5건으로 늘었다. 총 9건 중 6건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에서 발생했다. 코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 작년 1만1,193대가 팔려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랐고 올해 상반기에만도 7,697대가 판매된 현대자동차의 주력 모델이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로 밝혀질 경우 LG화학은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일시 장소 모델명(연식)   사고 발생 경위 배터리셀 공급업체
’16.01.15 광주 무등산 SM3Z.E.(2014)  주행  LG화학
’18.05.19  현대차 울산제1공장 코나 일렉트릭(2018) LG화학
’18.08.06 현대차 울산제1공장 코나 일렉트릭(2018 - LG화학
’18.08.01  대구 수성 아이오닉 일렉트릭(2018) 주차 LG화학
’19.07.26 캐나다몬트리올 코나 일렉트릭(2019)  주차 LG화학
’19.07.28 강원 강릉  코나 일렉트릭(2019) 주차 LG화학
’19.08.09 경기 부천  코나 일렉트릭(2019)  주차 LG화학
’19.08.13  세종 코나 일렉트릭(2019) 주차 LG화학
’19.09.20 우크라이나 키예프  쉐비 볼트EV 주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에 LG디스플레이 퇴사자까지 떠안아…재무부담 가중

재무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SK이노베이션과 벌이고 있는 국내외 소송비용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총 5천억원 정도를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글로벌 로펌을 3군데나 쓰고 있어 수임료 지출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구조조정 여파까지 떠안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경영난으로 인해 최근 한상범 부회장의 자진용퇴를 수리하며, 임직원 25%를 감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중인데, 감축 대상 직원들을 대거 LG화학으로 전배시키고 있다. 이들이 당장 실적 개선에 기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인재이탈도 큰 문제다. LG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직원 1,253명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갔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LG화학 직원 평균연봉은 8,800만원이다. 동종업계인 SK이노베이션은 1억2,800만원이다. 약 1.5배 차이다.

실제로 LG화학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서 연봉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이 보상체계를 바꾸는 과감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인재 이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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