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 2심이 진행되는 가운데 SK그룹의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외신을 통해 후계 구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SK그룹은 총수의 형제부터 사촌, 조카까지 경영진에 포진돼 있고,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기에 3세 경영 구도로 이어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SK그룹 3~4세들의 취약한 지분 구조 등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복잡한 SK그룹 지배구조, 후계구도 구상 난항

SK그룹은 기존 오너 대기업과 달리 총수의 형제, 사촌, 조카까지 경영진에 참여하고 있다.  

SK그룹은 고(故) 최종건 창업주가 설립했다. 다만 창업주의 사망과 함께 동생이자 최태원 회장의 부친 고(故) 최종현 회장이 그룹사 수장 자리를 물려 받았고 이후 장남인 최태원 회장으로 이어졌다. 창업주의 자녀들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지간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사실상 독립된 지분 구조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때문에 SK그룹의 계열 분리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방침 아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SK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독립했을 경우 이익 보다는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최태원 일가는 과거 현대차그룹, 한미약품그룹과 달리 친인척 간 신뢰도 깊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7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신임 의장에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선임했다. 수펙스는 그룹 최고협의기구로, 의장은 그룹의 실질적 실세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으로 중간 지주사 SK디스커버리의 최대 지분(40.72%)을 갖고 있다. 

다만 그룹 후계구도는 안갯속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0월 1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계 구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사고를 당한다면 우리 그룹은 누가 이끄나.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승계 구상은 구체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 SK그룹은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승계와 관련한 시나리오가 가장 불투명한 곳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최태원 회장은 1960년생으로 그룹 오너 가운데 젊은 편”이라며 “아직 승계 구도 개편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SK그룹 오너 3세 가운데 최태원 회장의 세 자녀(최윤정·최민정·최인근)가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나 지분 비중은 사실상 없다. 최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 본부장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신규 임원이 됐다. 차녀 최민정 SK하이닉스 팀장은 회사를 퇴사하고 미국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최태원 회장의 아들이자 막내인 최인근 씨는 SK E&S 북미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상속을 통한 승계는 사실상 어렵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가진 SK 지분은 상속을 거치면 크게 낮아지게 된다. 또한 50% 증여세율, 상속에 대한 할증 세율 20%까지 적용되면 상속자들은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야 한다. 현재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T&C 이사장의 자녀와 혼외자도 향후 지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상속 재산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 출생자와 혼외자 차별 없이 나눠야 한다. 

최태원 회장은 평소 자식 승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14일 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에서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보다 주주로서의 베네핏(이익)을 물려주는 게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도 새로운 후보자로 거론된다. 그는 지주사 SK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15일 세 차례에 걸쳐 SK 주식 총 1,451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로써 그가 보유한 SK 주식은 9만6,304주(0.13%)로 감소했다. 최 사장은 SK 지분을 매도한 뒤 오히려 SK네트웍스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SK네트웍스 지분을 꾸준히 매수했다. 최 사장의 SK네트웍스 지분율은 3.38%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 결과도 남아있는 ‘불씨’다. 앞서 노 관장은 1심에서 SK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식 인수 자금을 결혼 지참금으로 댔다며 최 회장 주식의 50%(649만여주) 등 1조원 규모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심은 이를 배척하고 재산분할로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만 인정했다. 

이에 노 관장 측은 지난 3월 12일 열린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재산분할 근거로 50억 원짜리 어음 6장 사진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노 관장 측은 1991년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사돈인 최종현 선경 회장에게 건넨 뒤, 선경건설의 어음을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 관장 측은 당시 선경그룹이 태평양증권(현 SK증권)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비자금을 사용한 만큼, 이를 재산분할 시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과 SK 측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혜나 지원을 받은 적이 없고, 3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이 SK에 제공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재판부에서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재산분할 액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당시 300억원 어음은 현재 가치로 800억원으로 평가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 문제는 재판에서 결정할 문제이기에 얘기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 그룹 주력 캐시카우 SK하이닉스, 약한 연결고리 봉합 과제

지주사 SK와 SK하이닉스의 지분 관계는 그룹사가 풀어야 할 과제다. SK하이닉스는 그룹 내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계열사이지만 지주사 SK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는 SK가 아닌 중간지주사 SK스퀘어가 최대 지분(20.07%)을 보유하고 있다. SK스퀘어의 최대 주주는 SK(30..55%)다. 이러한 지분 연결구조로 보면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서 취약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사업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SK하이닉스를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라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M&A)에 추진하려면 그 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해야 한다. 이 때문에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올리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ESG연구소 이정훈 선임연구원은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 분할 설립 이후 SK하이닉스는 SK스퀘어를 통해 M&A투자가 가능해져 투자 부담이 감소했다. 그러나 그룹 내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의 지위를 유지하면 이익 창출을 지주사인 SK가 온전히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SK그룹 관계자는 “SK와 SK스퀘어 합병은 꾸준히 언론에서 나온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SK가 중간지주사 SK스퀘어를 합병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SK스퀘어는 지난 2021년 SK텔레콤에서 인적 분할해 출범한 투자전문회사로, SK하이닉스의 최대 지분(20.07%)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주사 SK와 최태원 회장의 지분 가치는 하락한다. 게다가 두 회사가 합병 시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맞출 경우 주주가치 훼손과 같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도 이 같은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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