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한화 지분 공평히 분배 안되면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 가능성 배제 못해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한화그룹이 이달 초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발표하면서 후계자 구도가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승계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각자 분야를 맡으면서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태양광·화학 부문을, 김동원 사장이 금융을, 김동선 부사장이 호텔·유통을 맡는 방식으로 크게 세 부문으로 경영권 분리가 진행 중이다.
다만 한화그룹 일가 3세가 각자 ‘홀로서기’를 위해서는 실적 성장이 관건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태양광·화학 부문에서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일부 계열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캐롯손해보험 흑자전환 ▲글로벌 사업 투자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김동선 부사장도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부문에서 적자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김승연 회장의 지분 승계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룹의 리스크 요인이다.
◆한화그룹 사업구조 개편…삼남 경영 '교통정리'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이달 초 발표한 ‘사업구조 개편’은 계열사별 전문화 강화가 주요 골자다. 한화의 해상풍력·플랜트 관련 사업은 한화오션으로, 태양광 장비 관련 사업은 한화솔루션으로 양도한다. 이어 이차전지 장비 사업 전문 자회사 한화모멘텀을 새롭게 설립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분할도 별도로 추진한다.
이같은 사업 개편은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승계 구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업 개편에서 거론된 주요 기업인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은 김동관 부회장의 주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로봇 계열사로 후계 구도가 명확해졌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업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개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 보통주 4.91%를 보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 보통주 22.65%,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한화 보통주 2.14%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의 자회사 한화에너지 지분 50.00%, 김동원 사장곽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25%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최근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로부터 약 60억원 상당의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을 받았다.
다만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에 대한 교통정리는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 지분을 공평하게 분배할 경우 적어도 상속에 대한 형제 간 갈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이 김동관 부회장에게 대부분 넘어갈 경우가 생긴다면 나머지 두 형제가 김동관 부회장에게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있다. 민법에 따르면 유류분 제도는 사망한 피상속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 상속분에 대한 권리를 법정상속인에게 보장해주는 제도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과 2013년 총 세 차례에 걸쳐 유류분 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계에서도 상속과 관련해 가족 간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앞서 2015년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인 이모씨는 2017년 이 명예회장의 부인인 손복남 CJ그룹 고문과 이재현 회장 등 삼남매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BYC 일가도 상속을 둘러싸고 가족 간 유류분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석범 BYC 회장이 부친인 故 한영대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둘러싸고 가족들과 1000억원대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초 한영대 전 BYC 회장의 배우자인 김 모 여사와 장녀 한지형 BYC 이사가 차남 한석범 BYC 회장과 삼남 한기성 한흥물산 대표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동관 주력사업 적자에도 입지 '우뚝'…김동원·김동선 ‘시험대’
삼형제가 각자 맡은 사업에서 성과는 아직 물음표다. 김동관 부회장의 주력인 방산과 태양광 사업의 실적은 엇갈렸다. 김동관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한화솔루션은 여전히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12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1조318억원) 대비 손실 폭을 줄였으나 흑자전환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폴리실리콘 증설 물량을 고려할 때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에 따른 연간 적자를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9,76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김동원 사장도 괄목한 성과를 보이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김동원 사장의 성과물로 불리는 캐롯손해보험(캐롯손보)이 출범 후 만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5월 보험업계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범했다. 캐롯손보는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지분을 출자했다. 캐롯손해보험의 순손실 규모는 2019년 91억원,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 2023년 760억원에 달한다.
독립 경영 첫 해를 보낸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호텔 부문에서 아쉬운 성적을 냈다. 김 부사장은 2021년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갤러리아 상무로 발령난 뒤 1년 5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했고, 지난해 부사장 직함을 달며 초고속 승진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나란히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한화그룹 유통·호텔 사업을 승계하는 김동선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계열사들이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리조트는 지난해 각각 301억원, 43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화호텔리조트는 지난 2022년 32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가 이듬해 적자전환했다.
김 부사장은 4개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올해 초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임명됐다. 기존 리조트(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백화점(한화갤러리아), 로봇(한화로보틱스)에 이어 건설(한화 건설부문)까지 임원을 단 것이다.
다만 김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뛰어들면서 들여온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파이브가이즈를 운영 중인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10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장 한 곳당 월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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