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 한국투자증권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 한국투자증권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김남구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금융지주가 사업 다각화와 공격적인 투자의 결실로 수년간 업계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남구 회장은 그동안 ▲모험자본에 대한 적극적 투자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주문했다. 이는 성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대형사로 성장했고, 실적도 업계 1~2위를 다툰다. 

다만 성장 만큼 부작용을 간과할 수는 없다. 국내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에 과도한 모험자본 투자에 따른 부실이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금융지주, 실적 업계 1위…1분기도 선방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5,974억원으로 전년(5,357억원) 대비 11.5% 늘어났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다. 2022년에는 메리츠증권(8,281억원)·미래에셋증권(7,061억원)에 밀려 업계 3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순이익이 10% 이상 늘어나면서 2년만에 업계 선두로 다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1분기 추정 순이익은 2,190억원으로 경쟁사인 키움증권(1,774억원), NH투자증권(1,520억원), 삼성증권(1,450억원), 미래에셋증권(1,370억원)을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리스크 '수면 위'…신세계건설도 물리나

그동안 김남구 회장은 언론 인터뷰, 채용 설명회에서 투자금융(IB)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22년 9월 채용설명회 당시 “요즘 아파트 단지 개발을 보면 녹색, 자연환경 보존을 하면서 재건축을 한다"며 "아파트 재건축이 계속 일어나면서 생활 퀄리티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한국금융지주는 수익다각화 차원에서 2019년 5월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을 설립했고 같은 해 10월 금융당국 인가를 받으면서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했다.

다만 리스크는 간과할 수 없다. 부동산 금융 부실 우려가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국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는 약 3조9000억원으로 자기자본(7조8,673억원) 대비 40%를 웃돈다. 국내 익스포져 가운데 브릿지론(부동산 PF 사업 초기 단계 대출) 규모가 약 9,400억원으로 양적 부담이 높은 편이다. 중순위‧후순위 비중은 약 57%에 달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돌입으로 PF 부실화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 자금 보충을 확약한 복수의 부동산 PF 현장에 보유 자산을 담보로 1,200억원의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다”며 “담보가 있다는 점에서 상환 우려는 덜었지만, 워크아웃 결과와 사업장의 성과에 따라서 1분기 충당금 적립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 소재 골프장인 ‘루나엑스CC’를 담보를 잡고 있다. 

‘미분양 늪’으로 불리는 대구 사업장에서도 손실 리스크가 있다. 신세계건설이 시공하고 레이먼드인베스트먼트(시행사)가 분양한 주상복합 ‘빌리브 라디체’의 분양률(4월 기준)은 30%대를 밑돈다. 빌리브 라디체는 한국투자증권이 PF 주관사를 맡았다. 이 사업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진행한 것으로 총 2,100억원 한도의 자금(대출금)을 조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주관사 역할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을 위한 신용공여도 담당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제이엠본동제일차’라는 특수목적법인(SPC)에 175억원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조건으로 사모사채 인수확약 및 자금보충 의무를 맡았다. 사모사채 인수확약은 해당 사업의 신용을 제공하고 리스크를 부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혹시라도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뒀다”고 설명했다.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역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국투자증권이 선순위 투자자로 총 3,700억원을 투자한 해외 사모펀드 ‘INMARK프랑스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8호’는 지난해 1,733억1,855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 펀드는 인마크자산운용의 사모부동산 펀드로 프랑스 오피스 빌딩인 투어유럽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해당 펀드에 투자한 한국투자증권의 손실(지분법손실)도 564억6,737만원이다. 지난해 이 펀드의 순자산 가치는 마이너스(-) 157억2,325만원이다. 기초자금 550억원이 전액 상각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펀드는 오는 10월이 만기”라며 “현재는 대주단과 자율조정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SK온 재무상태 '불안'…변수 남아 있어  

한국금융지주 자회사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PE)가 투자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 SK온도 잠재적 불안요소로 거론된다. 지난해 한투PE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스텔라인베스트먼트로 이뤄진 한투PE 컨소시엄은 SK온에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대규모 투자인만큼 리스크 관리는 했다. 오는 2026년 말까지 SK온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만약 실행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풋옵션(약속한 가격에 팔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다. SK온은 한투PE에 내부수익률(IRR) 기준 7.5%의 연 수익률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익률을 충족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변수는 있다. 풋옵션과 드래그얼롱은 재무적 투자자(FI)가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계약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만든 권리다. 하지만 이러한 계약이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드래그얼롱 조항과 관련 대표적인 분쟁 사례는 두산인프라코어 측과 FI와 대립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 매각 실패를 둘러싼 두산인프라코어와 FI 간 법정소송은 드래그얼롱 조항과 관련한 국내 첫 소송(대법원 판결)이다. DICC 투자자(미래에셋자산운용PE, IMM PE, 하나금융투자PE)는 지난 2015년 말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DICC 투자원금과 이자 15%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SK온의 재무 상태는 불안하다. SK온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SK온 연간 영업손실 금액은 ▲2021년 3,102억원 ▲2022년 1조727억원 ▲2023년 5,8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의 현금흐름도 조단위로 유출되고 있다. SK온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조5,582억원이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증자와 상장전지분투자(Pre-IPO)를 통해 수차례 자본확충이 이뤄졌음에도 재무부담은 커지고 있다. SK온의 지난해 재무활동의 현금흐름은 12조876억원이다. 재무활동의 현금흐름이 늘어나는 것은 차입을 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서 현금을 조달했다는 뜻이다. 

배터리 사업의 시장 점유율도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1~2월 기준)은 지난해 6.2%에서 올해 4.5%로 하락했다. SK온의 올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4.2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SK온) 사업가치를 '0(제로)'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각 사업 담당부서에서 투자한 건들에 대해 면밀히 관찰 및 대응 중이며 회사 차원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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