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집, 음식, 음악으로 엮어나가는 정서적 치유감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조 블랙의 사랑‘, ‘시티 오브 엔젤‘, ‘철도원’ 등 많은 작품에서 차용된 산 이와 죽은 이가 이분된 세상을 넘어 만난다는 판타지 설정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 먼저 떠나보낸 가족이나 연인이 있는 관객에게는 더욱 큰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육상효 감독과 유영아 작가의 앙상블로 탄생한 따뜻한 판타지 영화 ‘3일의 휴가’도 같은 부류의 영화다. 다만, 이 영화는 판타지 세계관 안에서 구축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현실의 모녀 관계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이 리뷰는 영화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이름처럼 박복한 인생을 살다 3년 전 저승으로 떠난 박복자(김해숙)는 죽어서도 딸 방진주(신민아)를 잊지 못하고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복자는 뛰어난 글솜씨(?)로 저승 백일장 대회에서 행운을 거머쥔다. 이승에서의 3일 휴가를 받게 된 복자는 가이드(강기영)의 도움을 받아 그리운 딸 진주를 찾아 나선다.

죽기 전 복자 기억 속 진주는 미국 UCLA 대학교수다. 행복하게 잘 사는 자랑스러운 딸의 모습만 상상하는 복자. 하지만 도착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가 아닌 자신이 생전 살던 대한민국 김천의 소박한 시골 백반집 앞.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복자는 자기처럼 살지 말라고 공부시켜놨더니 굶어 죽기 딱 좋은 가격으로 백반을 팔고 있는 딸 모습을 보자 속이 터질 것만 같다. 어떻게든 설득해서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고 싶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과는 절대 접촉할 수 없는 것이 저승의 규칙.

답답한 마음 전할 길이 없는 와중에 진주의 오랜 친구 미진(황보라)이 백반집을 찾아온다. 진주는 미진과 함께 엄마가 만들어줬던 만두를 만들어나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복자는 그제야 조금씩 딸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모녀 관계로 세팅된 김해숙, 신민아 배우의 연기 조합이다. 이야기 중심을 잡아주는 주역 배우들의 연기 케미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감정의 서사를 이끌어간다. 여기에 겨울이라는 계절적 정서와 맞물린 편안함이 스크린을 포근하게 감싼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죽어서도 딸을 걱정하는 복자의 애틋한 말들 그리고 닿을 수 없는 어루만짐은 바람처럼 진주를 지나쳐 관객에게 한껏 불어온다. 고단한 삶과 애환을 겪어온 세상 어머니들의 헌신과 내리사랑을 최우선의 공감 감정으로 두고 작화해 나간다. 

판타지의 틀 안에서 현실과 일상을 담아내는 세계관 표현은 매끄럽다. 다정함과 해맑음, 허전함과 애틋함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상미로 교차 배열해 모정과 사모의 보편적인 정서를 끌어내는 부분에 연출 방점이 찍혀있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육상효 감독의 빛나는 연출력은 곳곳에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한밤중 응어리를 쏟아내는 화병 걸린 진주의 절규와 그런 딸을 지켜보는 복자의 신은 형용할 수 없이 둘 사이에 쌓여간 굴곡의 감정을 함축한다. 오해를 풀어나가고 이해해 나가는 과정도 튐 없이 자연스럽다. 그 안에는 누구나 겪었을 듯한 비슷한 이야기 조각들이 들어있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국민 엄마 김해숙의 사투리 연기와 그래미의 여왕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가 감독의 의도와 배우들의 해석을 초월해 관객에게 스팸 김치찌개만큼이나 이질적이면서 맛깔 있는 정서적 장치로 작동한다.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는 진주를 바라보는 현재의 복자 그리고 들리지 않는 전화기 너머 딸의 목소리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과거의 복자까지 음악으로 이어가는 몽타주 신의 빌드업은 후반부 기억의 슬라이드 장면에서 감정의 절정을 이뤄낸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3일의 휴가' 스틸. ⓒ쇼박스

이 영화는 집이라는 공간, 음식이라는 추억, 음악이라는 기억을 하나로 엮어 모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고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실이 엿보이는 감정 과잉이 절제된 연출이 백미다.

‘3일의 휴가’는 가족의 애증과 오해 그리고 화해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판타지로 풀어내 한 땀씩 착실하게 관계를 봉합해 나가며, 누구나 갖고 있을 부모님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달래준다. 강한 정서적 치유감을 선사하는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웰메이드 가족영화다. 

▲'3일의 휴가' 포스터. ⓒ쇼박스
▲'3일의 휴가' 포스터. ⓒ쇼박스

 

제목: 3일의 휴가

출연: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 외

감독: 육상효

각본: 유영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글뫼

개봉: 2023년 12월 6일

러닝타임: 105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스크린 리뷰 평점: 7.0/10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