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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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을 더 맛있게...청춘을 위한 웰메이드 코미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흥행의 귀재 이명우 감독의 다이내믹 청춘 활극 시리즈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병태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다.

(이 리뷰에는 시리즈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철없는 아빠를 따라 야반도주하는 병태(임시완)는 감정에 복받쳐 울음을 터트린다. 정든 온양 땅을 갑자기 떠나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전학 갈 부여농고에서도 일진들에게 얻어맞을 생각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서다.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눈뜨고 다녔다고 맞고, 숨 쉰다고 맞고... 쭉 맞고만 살아온 병태는 17년 평생 계속 인간 샌드백이었다. 등교하기 싫다고 하소연도 해보지만, 꾹 참으라는 엄마의 말에 얼굴만 잔뜩 찌푸린다. 

그러던 어느 날, 병태는 사고를 치게 되고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서 학교 일진들은 그를 지역 최고의 짱 ‘아산 백호’ 경태(이시우)로 착각하게 된다. 

언더독 밑의 언더독, 심연 속 심연, 최하위 셔틀로 살아온 병태는 갑자기 먹이사슬 최상위의 학교 짱 위치에 오르자 어안이 벙벙하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 자신의 본체가 찌질이 ‘븅태’임을 솔직하게 털어낼 기회가 있었음에도 달콤한 권력을 맛본 그는 17대1 싸움의 전설 아산 백호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병태의 지질함과 카리스마,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의 리더십은 절묘했다. 정체를 들키지 않는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진들을 휘어잡으며 승승장구한다. 심지어 부여여상 퀸 선화(강혜원)의 마음까지 독차지. 

학교생활에 꽃이 활짝 핀 병태는 자신의 실체를 뻔히 알고 걱정해주는 소꿉친구 지영(이선빈)의 충고조차 무시한다. 선을 넘기 시작한 그때 진짜 아산 백호 경태가 부여농고에 나타난다. 몰락의 위기가 다가왔음을 직감한 병태. 하지만 경태는 어째서인지 아산 백호인 자신을 사칭하고 다니는 병태를 가만히 내버려두는데...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의 내러티브 안에는 청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시대 배경은 1989년이지만, 세련된 노스텔지어의 색감, 촬영, 조명, 미술, 음악으로 무장해 프로덕션 또한 산뜻하고 깔끔하다. 당시 유행한 신스팝에서부터 병태의 70년대를 소환하는 길버트 오설리반의 ‘Alone Again (Naturally)’같은 곡을 연상하게 하는 이지리스닝 팝들까지 OST 또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노라조의 ‘이판사판’, Munan의 ‘When I was young’, 모어의 ‘깊은 밤에 우리’, 임시완의 ‘Take me home’ 등 모든 곡이 작품의 장면들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착각과 오해 속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의 흥미진진함과 중독성은 1화부터 마지막 10화까지 한 번에 내달리게 한다. 그 중심에는 임시완을 주축으로 한 이선빈, 이시우, 강혜원의 개성있는 캐릭터 연기가 자리한다. 

특히 임시완은 지질한 십대 소년에 빙의한 듯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을 듯한 상황의 감정을 뽑아내 친근한 충청도 방언과 함께 섞어낸 연기의 맛은 일품. 앞서 싸이코 연쇄살인범, 테러범부터 반듯한 모습의 마라토너까지 연기해왔던 그의 캐릭터 이미지를 생각조차 나지 않게 할만큼 완벽한 어리버리한 십대 소년으로 분한다.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병태를 통해 조명하는 십대 소년이라는 미완성의 인간 형상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왔던 모든 시청자들에게 절대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평범보다 좀 더 아래 위치한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연민한다. 권력 피라미드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인성의 한계를 대리 체험한다.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현재의 우리가 ‘소년시대’를 보며 지금은 기성세대가 된 30여 년 전 소년소녀들의 옛날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은 그 안에 입체화된 실루엣들을 2023년의 그것들과 비교해볼 수 있는 다양한 재미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갈취와 폭력의 커뮤니케이션이 난무하지만, “담배는 나가서 피워”라는 어른 말에는 “예!”하고 넙죽 따르는 건전불량한 소년들의 미묘한 갭 요소가 서사를 더욱 재미있게 한다.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중반부에 이르러 결국 병태는 다시 ‘븅태’로 되돌아가는 인과응보를 맞이하게 된다. 우정을 되새기는 장면에서는 가슴 찡한 울림이 한껏 가슴을 채운다. 가슴 찢어질듯 아픈 사랑을 경험한 소년은 성장한다. 그리고 피나는 수련과 각성을 거쳐 반전과 복수의 장을 연다. 

병태가 백호에 맞서는 청룡으로 다시 태어나는 고된 과정 사이사이에 벌어지는 흑거미 지영과의 티키타카 로맨스는 첫사랑처럼 귀엽다. 병태와 호석(이상진) 두 찌질이 콤비의 정감 넘치는 찐친 케미 또한 재미의 레벨을 한껏 상승시킨다. 이 작품을 통해 이상진, 김정진 등 개성 만점의 구멍 없는 조연 연기를 펼진 배우들을 발견해 나갈 수 있는 것 또한 큰 매력이다.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스틸. ⓒ쿠팡플레이

'와호장룡' 같은 기세 좋은 코믹 액션과 소년만화 같은 리듬감 넘치는 다이내믹한 기승전결 스토리를 가진 이 코미디극은 마지막까지 감동의 엔드 크레딧과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드는 쿠키를 보여주면서 강력한 낭만의 여운을 선사한다.

이명우 감독은 이번 ‘소년시대’를 통해 액션 학원액션물, 러브 코미디, 무협영화의 클리셰를 잘 섞어 아는 맛을 더 맛있게 성공적으로 버무려내 성장 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를 통해 제일 잘 할 수 있고 자신 있어 하는 코미디 연출 스타일을 십분 발휘, 쿠팡 오리지널 시리즈 중 최고의 웰메이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다음 후속작에서는 주작과 현무도 등장하게 될지 기대감이 커진다. 

▲'소년시대' 포스터.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포스터. ⓒ쿠팡플레이

 

제목: 소년시대(Boyhood)

감독: 이명우

각본: 김재환

출연: 임시완, 이선빈, 이시우, 강혜원

제공: 쿠팡플레이

제작: 더스튜디오엠

공개: 2023년 11월 24일

평점: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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