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연애 세포가 부활하는 따뜻한 로맨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르는 '노팅힐' 같은 사랑을 기대하고 소망한다. 그것이 비록 ‘희망고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 사랑의 희망고문은 커녕 ‘혼자가 좋다!’라고 외치는 남자가 있다. 1타 논술 강사 영호(이동욱)는 감성과 허세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는 인플루언서다. 느낌 있는 사진도 잘 찍고 센스있는 감성 글도 제법 쓴다. 어딘가 강박증적인 면이 있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1인분 미니멀라이프를 누리는 훈남 싱글 그 자체다.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회의시간에 출판사 대표 진표(장현성)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편집장 현진(임수정)은 머리가 아프다. 기획 중인 ‘싱글 인 더 시티’ 에세이 시리즈 작가들의 연이은 탈주(?) 건으로 입에서는 막말이 나온다. 답답했던 진표는 신인 작가로 영호를 발굴해 현진에게 맡긴다.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두 사람은 알고 보니 대학 선후배 사이. 하지만 필터링 없는 뒷담화의 첫 대면부터 난기류가 흐르더니 영호는 소 닭 보듯 현진을 바라본다.

작가 데뷔를 원했던 영호는 에세이집 ‘싱글 인 서울’을 쓰기로 결심하지만, 편집을 맡은 현진과는 처음부터 의견충돌이 생긴다. 혼자인 것이야말로 진화된 인간이라고 굳게 믿는 영호. 그래서 싱글인 사람들에게 위로 따위는 전하고 싶지 않았지만, 현진이 제시하는 ‘혼자여서 괜찮다’라는 약간의 타협점에는 합의한다. 

그래도 자신과는 정반대인 현진이 마음에 안 드는 영호. 현진 역시 자신을 기억 못 한다면서도 꼬박꼬박 반말하는 까칠한 영호의 거짓부렁쯤은 간파하고 있었다.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현진은 영호의 ‘혼자가 아닌 자는 모두 유죄’라고 비장한 주장을 하는 온기 없는 원고에 답답한 마음뿐이다. 남이 아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선 싱글이 답이란다. 반면 베일에 싸여있는 정체 모를 홍 작가(이솜)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몽글몽글한 극호감의 ‘싱글 인 바로셀로나’ 원고를 보내주고 있다. 정말 극과 극이라 비교가 안 될 수 없는 상황.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호에게서도 제대로 된 원고를 꼭 얻어내야 하는 현진은 첫사랑 이야기를 한번 써보라고 했는데 이게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갑자기 한순간에 편집자까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작가로 변신한 영호에게 현진은 첫사랑 뒷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한다. 마지못해 영호는 불꽃 같은 연애를 했지만, 상처받았던 과거를 털어놓는다. 이제 혼자가 되어 비로소 행복하게 되었노라며 ‘위대한 개츠비’로 빙의해 싱글 라이프를 찬양한다.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런 그의 눈앞에 일과 관련해선 눈치 빠르고 빈틈없지만, 연애만큼은 매번 혼자만의 상상과 오해로 끝내는 현진이 아른거린다. 그녀의 허당스러움과 열정적인 모습 사이에서 묘한 매력을 발견하고는 빠져들기 시작한다. 드디어 책 출판을 앞둔 어느 날, 신비주의 홍 작가가 귀국하게 되면서 영호와 현진의 관계에 위기가 찾아온다.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박범수 감독의 ‘싱글 인 서울’은 서울을 배경으로 도시 남녀의 잔잔하고 따뜻한 로맨스를 그린다. 극적인 화법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흘러가는 연애 감정의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죽은 연애 세포를 하나씩 되살려 나가는 이야기 중심에는 이동욱과 임수정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커플 케미가 은은하게 자리한다. 그 옆으로는 출판사 사람들을 연기하는 장현성, 김지영, 이미도, 이상이, 지이수가 티키타카 대사와 개그 신으로 반짝이는 웃음을 선사한다.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에 다른 로맨스 영화와 차별되는 스토리 요소가 있다면 사랑에 관한 서로 다른 기억의 관점을 연출한다는 점일 것이다. 영호와 현진이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레코드 플레이 리스트가 귀에 익숙한 A 사이드 히트곡들이라면 그 뒤에 자리하는 B 사이드에서는 영호의 가장 지질한 시절 첫사랑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현실 공감의 연애 정서 중 일정 부분은 라쇼몽 효과를 통해 마련한다. 극 중 영호는 하루키와 나오키 사이에서 전혀 다른 연애의 기억을 소환한다. 사랑에 빠져들고 결국 이별에 이르는 과정을 왜곡된 기억 속에 남기는 것은 평범하고도 흔한 자기 방어기제일 것이다. 이 부분에 공감한다면 극적 장치로 사용된 이 부분은 아주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이 후반 이야기 전개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풍요로운 낭만의 시티팝 사운드, 화보처럼 따뜻하고 몽환적인 색감의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도시공간 그리고 파주 출판도시라는 문화예술의 책 향기가 어우러진 영화 ‘싱글 인 서울’은 따뜻한 가을을 보낼 싱글들의 영화로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싱글 인 서울

감독: 박범수

출연: 이동욱, 임수정, 이솜, 장현성, 김지영, 이미도, 이상이, 지이수 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디씨지플러스, 명필름, 인사이트필름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 타임: 103분

개봉: 2023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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