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와 팔란티어가 공동 개발중인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 조감도. ⓒHD현대
▲HD현대와 팔란티어가 공동 개발중인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 조감도. ⓒHD현대

정부, 사업계획 예비타당성 면제로 뒷받침

[SRT(에스알 타임스) 안병용 기자]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은 조선·방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선원은 물론 원격제어도 필요 없이 스스로 판단해 운항하는 자율운항 기술이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에 따라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방산 기업들은 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운항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최근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인더스트리(안두릴)와 무인수상함 설계·건조 및 AI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었다. HD현대가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무인수상함에 안두릴이 자율 임무 수행 솔루션을 적용한다. 양사는 내년까지 무인수상함의 시제함 개발·건조를 완료하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서기로 했다.

HD현대는 사내 스타트업인 '아비커스'를 활용해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2022년 일부 원격제어를 의미하는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현대글로비스와 협력해 완전 무인원격제어가 가능한 자율운항 시스템을 장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군도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전투용 무인잠수정(UUV), 함탑재 무인항공기(UAV)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 방산 기업들이 자율항해, 표적추적, 원격사격이 가능한 제품 개발에 여념 없다. 특히 LIG넥스원은 2015년부터 자체적으로 무인수상정 시리즈 ‘해검’을 개발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율운항 기술은 상선에서 군함과 무인정 등으로 확대 적용되는 모습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무인수상정 시장은 2022년 9억2,000만달러(약 1조 3,500억원)에서 2032년 27억달러(약 3조9,5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한화오션도 최근 미국 AI 스타트업인 해벅AI와 손을 잡았다. 2030년까지 자율운항 및 원격 운용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향후 무인체계를 제품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해벅AI은 무인수상정을 한국 거제에서 원격 통제하는 기술 시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최근 자체 개발한 AI 자율운항시스템 ‘SAS’을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컨테이너선에 적용해 미국 오클랜드와 대만 가오슝을 잇는 약 1만㎞의 태평양 횡단 구간을 선원 개입 없이 운항하는 실증에 성공했다. SAS는 3시간마다 기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104회의 최적 가이드와 224회의 선박 자동 제어를 수행했다.

과학기술부총리를 부활시키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AI 분야에 대규모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정부는 조선·방산업계의 관련 움직임에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AI 완전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2032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 기준 레벨4(완전자율) 기술을 확보하고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개발 범위에는 무인 항해, 기관 자동화, 운용 기술, 검·인증 및 실증 기술 등이 포함됐다.

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혁신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국가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사업들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 기술은 AI가 핵심인 만큼, 관련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여력을 지닌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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