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11.2%•LG 4.3%…미래 역량 확보 '주력'
삼성, AI·반도체 플랫폼…LG, 가전·HVAC에 ‘선택과 집중’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전장·프리미엄 제품을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한 가운데,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중과 기술 축적 방식에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원천기술 중심의 대규모 R&D로 기술 기반을 넓혀가는 반면, LG전자는 가전·HVAC 분야에 집중하며 응용기술 중심 전략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각각 11.2%, 4.3%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먼저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약 27조원을 투입하며 R&D 비중을 10~11%대로 유지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은 스마트폰, 스마트TV, 메모리, 시스템LSI 등 전사 전략사업 전반에 활용되며 사업 보호와 경쟁사 견제 역할까지 수행한다.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누적 등록 특허는 국내 6만6,173건, 글로벌 28만1,502건에 달한다. 전사 R&D가 대부분 원천기술과 플랫폼 기술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LG전자는 연구개발에 2조8,177억원을 투입, 매출 대비 비중은 5%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R&D 속도는 특정 사업군을 중심으로 빨라지고 있다. LG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 부문의 R&D 실적은 지난해 말 5건에서 1건 늘어난 6건을 기록한 가운데, HS 부문은 같은 기간 21건에서 올해 3분기 36건으로, MS 부문은 15건에서 31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HVAC 사업 강화를 위해 신설한 ES 부문에서는 지난해 말 7건에서 올 3분기 22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차세대 통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운영체제(OS) 등 막대한 선행개발 비용이 드는 사업군이 전사 전략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어 높은 R&D 비중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원천기술은 스마트폰·가전·전장 등 다양한 제품군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장기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LG전자의 경우 가전·HVAC 사업부를 축으로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생활가전·공조·전장을 잇는 적용 범위가 뚜렷한 기술에서 실적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과 HVAC 중심으로 R&D 효율을 높이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차이는 AI 시대 경쟁력 전망으로 이어진다. 온디바이스AI, AI 반도체, AI 서버 등 플랫폼 기술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고비용 R&D를 통해 기술 확장성을 확보하고, 이를 TV·가전·모바일·전장 등 전 제품군으로 확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 운영에 돌입한 DS부문 산하 'AI 센터'를 통해 AI 연구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DX 부문에서는 삼성리서치에서 R&D를 수행하고 있다.
LG는 프리미엄 가전과 HVAC를 중심으로, 가전 알고리즘·공조 제어·연결성 같은 응용기술 투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생활 전반의 제품·서비스 경쟁력을 키우는 선택과 집중형 R&D 전략을 택하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AI홈 솔루션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말 ‘HS차세대플랫폼연구실’을 신설하고, AI홈과 공감지능을 축으로 미래 가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양사가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R&D를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LG그룹도 1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AI·반도체에, LG전자는 전장·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한 미래 사업에서 R&D 속도가 더욱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R&D 비중은 내부적으로 특정 수치를 관리하는 전략적 목표라기보다, 지속적인 투자 기조 속에서 매출이 확대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50조원 투자 계획 발표의 핵심은 평택사업장 5라인 공사 착수이며, 그룹 차원의 계열사별 투자와 상생 프로그램 등을 모두 합산한 규모”라며 “R&D 세부 내역이나 계열사별 금액은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LG전자 관계자는 "연구개발 실적의 경우 기술 유출 우려 등으로 모든 건수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특정 사업본부에서 R&D 역량을 집중하지 않는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100조원 가운데 60%를 소부장 분야에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LG전자에 얼마가 투입될 지에 대한 내용은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