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서해 기자] 장철문 시인이 9년 만에 신작 시집 '식당 칸은 없다'를 최근출간했다. '비유의 바깥'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펴낸 다섯 번째 시집으로 이번 작품에서 시인은 평범한 일상 속 장면들에서 생성과 소멸, 상실과 환대의 감각을 길어 올리며 구도적 시 세계를 선보인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허기와 결핍 죽음과 이별 그럼에도 남겨지는 삶의 흔적들을 수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소실된 길 끝에 길을 놓아서” 새로 내딛는 걸음을 따라 존재의 본질과 마주하려는 시도의 연속이자 말 없는 대상들과의 고요한 대화가 펼쳐진다.
'식당 칸은 없다'에서 그는 “맛은 지나갔다/다시 사라지지 않는다”며 순간의 감각과 감정이 소멸하면서도 하나의 의미로 재생되는 구조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또 '우동과 자전거'에서는 “어머니는 출가하겠다는 아들을 뒤세워 삼겹살을 끊어다 구웠다”는 구절로 생의 허기와 애틋한 기억을 동시에 환기시킨다.
장철문의 시는 격정 대신 단단한 침묵으로 거창한 서사 대신 일상의 틈새에서 길어 올린 사유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안현미 시인은 추천사에서 “성과 속이 한통속임을 보고 온 시인”이라며 “검은 잎을 붙들고 새잎을 발행하지 못한 서어나무의 죽음까지도 품고 있는 숲 같은 시”라고 평했다.
이번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늦은 임종’, ‘방울벌레 울음소리를 묻었다’, ‘불확실성 시대라는 말을 들었다’ 등 인상적인 작품들이 실렸다. 삶과 죽음 비어 있음과 다시 채움이 뒤섞인 장철문 시의 세계는 독자들에게 담담한 위로이자 새로운 사유의 여백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