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휴처 축소·전환 비율 불투명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통해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지만, 서비스 측면에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최근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좌석 논란과 아시아나 마일리지 통합 문제는 소비자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며 '단일 국적사 시대'를 열었다.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규모 면에서는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올라설 전망이다. 특히 대형 항공 동맹을 기반으로 한 노선 경쟁력, 비용 효율화, 자산 활용도 제고 등에서 긍정적인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기대와 달리, 승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는 1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합병 이후 통합 대한항공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마일리지는 항공사 재무제표상 부채(이연수익)로 잡히는 만큼, 미사용 규모가 클수록 경영 부담이 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조7,075억원, 아시아나는 9,293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아시아나는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전용 항공편을 띄우고 '캐시 앤 마일즈' 제도를 시범 도입했지만,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도 마일리지몰을 통해 소진을 유도하고 있으나, 1마일 가치가 항공권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쳐 ‘실속 없는 소진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에서 갤럭시 핏3를 사려면 1만4,500마일이 필요하다. 동일 제품이 삼성전자 스토어에서 9만원 안팎에 판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1마일 가치는 약 6원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몰도 사정은 비슷하다. 항공권에 사용할 경우 통상 1마일이 10원 안팎의 가치를 지니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앞서 공정위는 대한항공에 마일리지 통합안 보완을 요구한 바 있다. 제휴처 축소와 전환 비율 설명 부족이 주요 지적 사항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최근 와이키키 리조트, 신라호텔, 메리어트, 에티하드항공과의 제휴를 종료했고, 아시아나 역시 CGV, 에버랜드, 이마트 등 생활 밀접형 제휴처를 잇달아 줄였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마일리지 활용 폭은 오히려 줄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마일리지에 대한 불신이 쌓이는 것과 함께 대한항공은 좌석 개편안으로 한 차례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보잉 777-300ER 기종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신설하겠다며 기존 이코노미 배열을 3-3-3에서 3-4-3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좌석 폭이 기존 18.1인치에서 17.1인치로 줄어드는 사실이 알려지자 '닭장 좌석' 논란이 불거졌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차별화된 상품으로 육성하는 것과 달리, 대한항공은 일반석 쾌적성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서비스 역행’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여론 반발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 속에 해당 계획은 철회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통합으로 외형 성장은 보장받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혁신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마일리지 문제에서 보여준 모습은 통합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소진 기회 확대를 위해 사용처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추석 연휴인 10월 3일부터 9일까지 김포~제주 노선에 마일리지로 우선 발권 가능한 ‘마일리지 특별기’를 매일 2편씩 총 14편 편성한 바 있어, 마일리지 활용 확대를 위한 실질적 시도는 일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