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해운 밸류체인 완성 기대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포스코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 인수 검토에 나서며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강과 해운을 연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경우 원자재 수송 안정화와 물류 경쟁력 강화라는 시너지가 기대된다.
하지만 수조 원대 인수 자금과 해운 시황의 불확실성, 노조와의 관계 설정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공적지분 매각과 국적선사 정상화라는 과제가 맞물린 만큼, 향후 협상 과정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5일 포스코는 공시를 통해 "HMM인수 관련 내용에 대해 향후 그룹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에 있으며, 인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HMM 인수가 단순한 기업 매매를 넘어 철강·해운을 잇는 '수직계열화 모델'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매년 막대한 규모의 철광석과 원료탄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완제품을 글로벌로 수출한다. 이 과정에서 해운사를 계열화할 경우 운송비 절감과 공급망 안정성 확보는 물론,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강화라는 효과까지 기대된다.
포스코가 해운업에 발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포스코는 포스코해운 등을 통해 원자재 수송과 물류 안정화를 꾀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해운 불황 속에서 재무 부담이 커지며 2014년 매각을 단행했다. 이후 포스코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을 중심으로 물류 기능을 보완해왔지만, 대형 원료 수송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포스코의 HMM 인수설이 불거지자 증권가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오전 장 초반 HMM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 넘게 뛰며 2만3,500원선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포스코 그룹이 HMM 인수를 한다면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일부 사업부만을 인수하는 등의 전략적 의사 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HMM의 매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 그룹은 협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긍정적 시너지 기대에도 불구하고 HMM의 재무적 부담과 업황 불확실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HMM은 지난해 흑자를 이어갔지만, 해운 시황 둔화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 줄어든 상태다. 올해 들어서도 글로벌 운임지수가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하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선박 투자와 컨테이너 확보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 부담도 재무 건전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자금 조달 역시 부담 요소로 지목된다.
앞서 HMM은 지난달 14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8%에 해당하는 8,180만 주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며,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2만6,200원으로 같은 날 종가 대비 약 19% 높은 수준이다.
HMM의 대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다. 자사주 공개매수가 오는 12일 마무리되면 두 기관의 지분율은 30%대 초반으로 낮아진다. 포스코그룹은 산은 보유 지분 약 7조원 규모 인수를 검토 중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인수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최 연구원은 "포스코 그룹의 HMM 인수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있으나 재무 리스크,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점,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가 더 크다"며 "특히 자본 배분 측면에서 HMM 인수를 가정하면 주주 환원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 투자자들이 HMM 인수를 효율적인 의사결정으로 받아들여 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이후 HMM 주가는 모멘텀 부재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따라서 자사주 공개매수 기준일 전 단기 주가는 자사주 매입 단가인 2만6,200원보다는 낮은 2만3,000원~2만5,000원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HMM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해운업 특유의 시황 변동성이 크고,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한 대규모 인수는 철강·이차전지 등 기존 주력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과거부터 HMM 인수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실제로 나서기에는 부담 요인이 많다"며 "철강 본업이 미·중 갈등, 저가 공세 등 대외 변수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조 원대에 달하는 HMM 몸값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HMM의 최대주주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라는 점에서 단순한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 정책적 고려와 협상 과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가격뿐 아니라 지분 구조, 공동 경영 문제까지 조율해야 하는 만큼 매각 협상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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