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440억 달러 초대형 LNG 도전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히며 국내 기업 최초로 본격적인 검토에 나섰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와 철강·플랜트 산업 연계 효과를 동시에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총 사업비만 수십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인 만큼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혹한과 동토 지형이라는 물리적 한계부터 환경단체와 원주민의 반발, 미국 내 규제 절차까지 곳곳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글로벌 LNG 가격 하락과 에너지 전환 가속화라는 구조적 변화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11일 이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주 사업자인 글렌파른과 LNG 도입 등 예비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 기업 중 가장 먼저 이 프로젝트 참여 검토를 공식화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 계약을 통해 향후 20년간 연간 100만 톤 규모의 LNG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동시에 약 1,300km에 달하는 알래스카 내륙 파이프라인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철강재 공급 기회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속력은 없는 예비 단계이지만, 사업 타당성 검토와 수익성 분석을 거쳐 긍정적인 결론이 내려질 경우 본 계약 체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부 알래스카 노스 슬로프(North Slope)의 대규모 가스전을 기점으로 남부 닛키스키(Nikiski)까지 약 1,300km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수출 터미널을 세우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미국 외신 Business Wire(비즈니스와이어)에 따르면 브랜던 듀발(Brendan Duval) 글렌파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포스코의 알래스카 LNG 참여는 북미 대표 LNG 프로젝트를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데 막대한 동력을 더해준다"며 "이번 계약은 핵심 사업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높은 LNG 자원을 개발하는 데 글로벌 지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알래스카 LNG의 핵심 타깃 시장이며, 포스코가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 초대형 프로젝트, 혹한·동토 지형이 최대 변수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총사업비가 44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건설·운영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알래스카 특유의 혹한과 동토 지형은 파이프라인 시공과 유지보수 난도를 크게 높이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이 크다.
환경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습지 파괴, 야생동물 서식지 훼손, 원주민 생활권 침해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지 커뮤니티와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일정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글로벌 LNG 시장 환경도 불안 요소다. 최근 공급 확대와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국제 LNG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장기 계약에 따른 경제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탄소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LNG의 '과도기적 에너지원' 위상 역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시장 전망과 관련해 공급 확대와 수요 회복의 균형 여부에 달려 있어, 단기적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세계 천연가스 수요 증가율이 지난해 2.8%에서 올해와 내년에는 약 1.3%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신규 공급이 본격화되고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세가 다시 힘을 받을 경우, 2026년에는 세계 수요 증가율이 약 2%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LNG 공급의 상당한 증가로 시장 펀더멘털이 완화되고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세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2026년에 세계 수요 증가율이 다시 회복돼 약 2%까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막대한 자본과 장기간 공정이 요구되는 만큼 초기 기대감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미국 정부의 에너지 안보 전략, 아시아 지역의 수요 회복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기회 요인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번에 체결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관련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향서(Non-Binding Pre-Agreement)에 해당한다"며 "철강재 공급이나 LNG 오프테이크(Off-take) 등 협력 항목별로 타당성과 수익성 검증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사업성이 담보될 경우 이사회 등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기타 세부사항은 상호 간 기밀 유지 의무로 인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