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IPO보단 내실 성장 집중…무신사, 상장 추진 위해 글로벌 확장 공세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기업공개(IPO) 기대주로 줄곧 언급돼왔던 이커머스 컬리와 패션플랫폼 무신사가 최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사업 성과에 따른 기업가치 향방이 주목된다.

IPO와 관련해서는 컬리와 무신사의 입장이 사뭇 다르다. 컬리는 IPO 대신 내실 있는 성장을 우선시하며 K간편식을 앞세워 수익성장 중심 전략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무신사는 IPO 추진을 공식화하고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며 K패션 교두보로써 성장해나가겠단 방침이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변수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이 가운데 관세·물류비 부담과 해외 인지도 부족 등 기업가치 제고에 있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해외 공략 컬리·무신사, 가격경쟁력 저하 리스크는 낮아

국내 유통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확장을 필수 과제로 삼고 있지만 수출에 관해선 관세·물류비 부담이라는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지난달 29일부터 800달러(한화 약 111만원) 이하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를 폐지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국내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때 15%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격경쟁력 저하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체가 부담할 관세가 현지 소비자가에 반영되면 구매하는 수요가 줄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비자가격이 상승할 경우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무신사는 관세 대응 관련 글로벌스토어 공지를 통해 미국 배송 주문에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세금과 관세를 최종 결제 금액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동시에 프로모션을 강화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컬리 역시 미국 진출 초기 단계에서 관세 영향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는 가격경쟁력 저하 리스크는 그리 크진 않다고 판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난 기업은 실상 없는 상황에서 비용부담이라는 점은 항상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지점”이라면서도 “K푸드 등 한국 상품은 이미 해외에서는 프리미엄화돼 있기 때문에 단순 가격 인상으로 수요가 줄어들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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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내실 다지며 글로벌 첫발…K간편식 부흥 관건

컬리는 국내서 '간편식 맛집'으로 불릴 만큼 식품이 강세다. 이에 컬리의 최근 K-컬쳐 열풍에 힘입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컬리의 K간편식 수출 성과가 향후 글로벌 행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지난달 25일(현지 시간)부터 컬리 USA를 사전 운영하며 미국 전역 48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컬리가 직접 해외 사업을 운영하는 첫 사례다.

이와 관련 업계는 IPO를 위한 외형 확장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컬리 측은 선을 그었다. 현재 IPO 목표의 사업 운영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흑자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만큼 당분간은 IPO가 시급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컬리는 올해 상반기 사상 첫 반기 흑자를 달성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 1조1,595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8% 증가했다. 물류 효율화와 식품 등 주력사업의 수익성 강화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컬리는 특히 식품이 강세를 보여왔다. 이 같은 주력군의 선방으로 올해 1분기 창립 10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연결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1분기 식품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비 약 16~17% 성장했다. 이같이 식품이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거래액 총거래액(GMV)도 15% 이상 성장했다.

이에 컬리는 간편식 연구개발과 전문관 운영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 가정간편식 첫 자체 브랜드이자 밀키트, 국탕찌개, 튀김·전류, 밥류 등으로 구성된 자체브랜드(PB) 차려낸을 통해 "음식의 국적이나 장르에 제한 없이 다양하고 대중적인 가정간편식(HMR) 메뉴를 아우르겠다"는 방침을 냈다. 또, 이달 컬리 미식관을 오픈하고 이연복 셰프, 김도윤 셰프 등 보증된 유명셰프를 필두로 한식부터 중식까지 레스토랑 간편식(RMR) 상품을 큐레이션해 선보이고 있다.

컬리 USA 또한 K간편식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K열풍에 따라 해외 소비자로부터 K푸드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공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남아있다. 관세와 물류비 부담이 커질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요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컬리는 그간 수익 대비 비용부담이 커 적자를 면치 못했던 바 있다. 한때 컬리 몸값 4조원이 추정 시총은 6,000억원대로 내렸다. 컬리의 기업가치는 현재 1조~4조원대로 추정된다.

이에 컬리 측은 글로벌 서비스 전개에 있어 관세부담에 따른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설령 관세부담이 소비자가에 반영된다고 해도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컬리USA 사전 수요 테스트 결과 '가격'보다는 K푸드 인기에 따라 구매가 이뤄지는 양상이 확인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즉 가격대가 높더라도 프리미엄화된 K간편식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컬리 관계자는 "글로벌 서비스는 아직 초기인데다 올해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주력사업과 물류센터 확충, 풀필먼트 서비스 등 신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 네이버와 협업 N마트 등을 통해 보다 강화된 전문관 운영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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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IPO 추진 속 글로벌 실적은 ‘과제’

무신사는 IPO 추진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신사는 상장 주관사 선정에 착수해 지난달 증권사를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 관련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IPO를 글로벌 확장의 중요한 투자 방식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신사의 글로벌 투자가 IPO 성패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대목이다.

무신사의 전체 실적 상황은 나쁘지 않지만 해외 매출은 아직 미미하다. 무신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705억원, 영업이익은 589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0%대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 매출 1조2,427억원, 영업이익 1,02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무신사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내수와 비교해 현저히 부족하다. 무신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 0.57%로 전년(0.34%)과 비교해 0.2%포인트로 늘었지만 여전히 그 비중과 성장세가 크지는 않다.

향후 중국, 유럽을 넘어 중동 진출을 통해 5년 안에 글로벌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감안하면 해외사업의 현 성과는 미미하다.

다만 국내 무신사 매장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이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PB 무신사 스탠다는 지난달 기준 전국 28곳 매장을 운영 중으로 방문하는 외국인 객 매출 비중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글로벌 객이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또, 무신사는 온라인 스토어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점진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특화 매장인 홍대·강남·성수·명동·한남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무신사 스토어 강남을 열었으며 연말과 내년 초에는 용산과 성수에 대형 편집숍 무신사 메가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할 시 국내외 온오프라인 사업 선순환 도모가 요구된다. K열풍 속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무신사 K패션과 관련 이렇다할 언급이 없기도 하다.

무신사는 2021년 일본법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해 비즈니스를 전개해오고 있다. 2022년부터는 일본·미국·싱가포르·호주 등 13개국에서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제공해 3,000여 개의 한국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최근 중국 스포츠웨어 그룹 안타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 온·오프라인 사업을 이끌 계획도 추진 중이다.

특히 상장 이후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매출 성과라는 확실한 성장 동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평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를 위해 외형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면야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이겠다만 거래소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현 IPO시장에서 IPO대어를 찾기 힘들만큼 시장이 위축돼 있어 확실한 실적 성과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비상장주식 시장에서 무신사의 추정 시가총액은 약 3조원대 후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무신사 기업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까지 거론한다. 2023년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 책정받았던 3조5,000억원보다 크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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