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천NCC, 자금난 속 공급 계약 갈등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여천NCC가 지분 50%씩 보유한 한화와 DL의 긴급자금 수혈로 부도를 면했지만, 실적 부진에 대한 ‘네 탓 공방’을 지속하고 있어 경영정상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한화는 13일 ‘여천NCC 원료공급계약의 진실-DL 측 반론에 대한 한화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내고 하루 전 입장을 밝힌 DL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앞서 DL은 지난 12일 “(한화가) 올해 초 여천NCC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에틸렌, C4R1 등 제품 저가 공급으로 추징액 1,006억원을 부과받았고, DL과의 거래로 발생한 추징액이 962억원(96%)”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악화의 책임이 한화 측의 잘못된 경영에서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화 측은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판결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난 2007년 세무조사와 같은 상황”이라며 “2007년과 2025년 세무조사는 과세 대상이나 과세 결과 등이 별개”라고 반박했다. 제품 공급가격도 현시점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거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화 측은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와 거래할 경우에도 시장 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가에 따라 거래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2006년도 에틸렌 시가와 2025년의 에틸렌 시가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에서 통용되는 제품인지와 시장가격, 즉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격은 전혀 다른 개념이고 시장 가격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에 맞지 않다”며 “시장가격이 없으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임의로 가격을 책정해 최대한 이익을 챙기겠다는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DL케미칼 관계자는 “국세청의 1,006억원 과세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과세 처분 단계일 뿐”이라며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고, 당시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DL 측은 원료 공급 계약 갱신 과정에서 가격 하락 폭을 제한하는 하방 캡 조항을 제안했으나 한화가 이를 거부해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여천NCC와의 거래 가격은 1999년 최초 계약 이후 용도별 차등 할인 구조에 따라 산정돼 왔으며, 단순히 글로벌 평균가와 비교해 저가라고 볼 수 없다”며 “시장가라는 개념이 불명확한 품목 특성상 운송비·수급 상황·품질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가 제안한 ‘하방 캡’은 시황 급락 시 여천NCC의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였지만 한화가 이를 거부해 협상이 장기간 교착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천NCC는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2022년부터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이 8,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적자 구조에 빠졌다. 올해 1분기 여천NCC는 영업손실 498억·당기순손실 1,14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더 커졌다. 부채비율도 330%를 웃돌아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천NCC의 부진은 글로벌 시황 악화와 구조적 한계가 맞물린 결과다.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로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공급이 급증했고, 국제 시세가 장기간 하락했다. 납사 가격 변동성 확대까지 겹쳐 스프레드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축소됐다. 설비 가동률도 떨어져 고정비 부담이 커져 판매량을 유지해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천NCC는 이미 대외 환경 악화와 내부 구조적 한계가 맞물려 손실이 누적된 상태”라며 “양대 주주가 협력 체계를 복원하지 않으면, 추가 자금 투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