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픽코마 거래액 감소 속 美 래디쉬 철수
본질적 경쟁력 강화 관건될 듯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카카오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역대 분기 최대를 달성했다. 다만 콘텐츠 부문의 핵심 축인 ‘스토리’의 성장성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스토리 사업부 내 일본 웹툰·웹소설 플랫폼 '픽코마'와 영상·매니지먼트 사업을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부문 모두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외형 확장보다 비용 효율화에 의존한 실적 개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카카오에 따르면, 2분기 스토리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2,187억원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일본 법인 픽코마의 엔화 기준 거래액은 전년비 5% 줄었고 매출액 역시 3%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매출은 3% 감소했다. 같은 스토리 부문에 속한 엔터테인먼트 부문도 매출이 전년비 9% 줄며 부진을 이어갔다.
픽코마는 카카오 일본 법인(카카오 재팬)이 2016년 4월 일본 현지에서 직접 출시한 디지털 만화·소설 플랫폼이다. 한국·일본·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웹툰과 만화, 라이트노벨, 웹소설을 서비스하며 ‘기다리면 무료’ 모델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2021년에는 일본 구글플레이·애플 앱스토어 통합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 자리매김했다. 지난 2023년 일본 앱 마켓 전체 카테고리에서 소비자 지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카카오 콘텐츠 부문의 고성장을 이끈 주역이었으나, 최근 거래액과 매출액 모두 하락세로 전환했다.
글로벌 확장 전략도 난항을 겪고 있다. 카카오재팬은 2021년 사명을 카카오픽코마로 변경하며 유럽 시장에 진출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프랑스 서비스를 종료하고 3년만에 유럽 사업에서 철수했다. 카카오엔터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같은 해 5,000억원에 인수한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도 올해 서비스를 종료하고,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로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와 대만 시장에서도 철수했다. 결과적으로 일본과 북미를 제외한 주요 거점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해외 성장 기반이 축소된 상황이다.
엔터테인먼트 부문 역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이 부문에는 드라마·영화 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등 영상·연예 사업이 포함되지만, 방송 광고 시장 둔화 및 콘텐츠 투자 위축 등으로 매출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 4월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설도 제기됐다. 카카오엔터의 모회사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며,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실적 부담이 커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지난 7일 "카카오엔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주주구성 변경을 논의했으나 이에 대한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매각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 부진이 지속될 경우, 선택과 집중을 위한 구조 조정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번 2분기 카카오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 기록은 주로 환율 효과와 비용 절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엔고 기조가 이어지면서 일본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늘었고, 성수기인 일본 골든위크에도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며 영업이익률도 높아진 것이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어 예년과 달리 마케팅 전략을 변경하고, 효율적인 마케팅 집행을 실시했다"며 "이러한 마케팅 전략으로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일본 시장에서 올 상반기 소비자지출액 1위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본질적인 사업 성장보다는 비용 효율화의 성과라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공격적인 IP 투자와 콘텐츠 경쟁력 강화 없이는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카카오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라는 성과를 다음 분기에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용 효율화와 환율 효과에 기대는 구조를 넘어 실질적인 콘텐츠 경쟁력 강화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종환 카카오 CFO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도 콘텐츠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시장 성장 둔화 속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업에서도 운영 전략을 재정비해 경쟁력 있는 스토리 IP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토리 부문은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IP 경쟁력 강화 성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시기에 웹툰·웹소설 시장 자체가 급성장을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현재 성장세가 둔화돼 보이지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선방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콘텐츠 기업 사이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시장에서 중요한 시장인 일본과 북미에 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