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 협력과 수익성 확보 관건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한-미 조선산업 협력의 첫 결실이 나왔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 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 정비·수리(MRO) 계약을 따내며, 1,500억 달러 규모로 제안된 MASGA 프로젝트의 첫 가시적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공급망 취약성, 가격 경쟁력 유지, 인프라·인력 부담 등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있기에 장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이달 미국 해군의 4만1,000톤급 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Lewis and Clark급)에 대한 MRO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수주는 울산에서 오는 9월 착수해 11월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MASGA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라는 상징성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부문 수익원 다변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미 해군과의 직접 거래 실적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추가 MRO 수주와 장기 정비 계약 체결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는 HD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을 직전분기 대비 52억 증가한 4,757억원, 당기순이익은 1,661억원 높은 3,77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번 계약이 단기적인 실적 개선뿐 아니라 장기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이번 계약은 기회만큼이나 구조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먼저 공급망에 따른 리스크다. 미국 내 대형 선박 정비·건조 인프라가 제한적인 만큼, 이번 계약에서도 주요 공정은 국내 조선소에서 진행되고 일부 핵심 부품 역시 한국에서 조달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향후 유지·관리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조선·정비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자국 함정 운용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미 해군 잠수함 USS 보이시(USS Boise)는 정비 지연으로 15년 가까이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업계에서는 '정비 인프라 부족과 공급망 차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로 보고 있다. 공급망과 정비 역량 한계가 해소되지 않으면, MASGA 프로젝트 확대 과정에서도 유사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으며, 현지 전문가들 역시 장기적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 외신 Business Insider는 이번 계약 소식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다른 미국 관리들은 해군 함정을 더 많이 건조하고 광범위한 조선 및 유지 보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 라고 말했지만, 정부가 이를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과의 MRO 계약이 상징적 첫 성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지 인프라와 인력 기반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 프로젝트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병목이 불가피하다"며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이전, 현지화 전략이 함께 추진돼야 장기적인 수익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과 인력 부담도 존재한다. MASGA가 단순 MRO를 넘어 미국 내 조선소 건립 및 기술 이전, 인력 양성을 포함하는 만큼, 한국 기업에게는 대규모 선박 수리 인프라 구축, 현지 인력 파견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노동조합 규제와 인력 공급 부족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한국 정부는 MASG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약 1,500억 달러(약 150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과 함께, 현지에서 한국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인력교육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인프라와 인력 여건이 쉽지 않은 과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 기술의 우수성을 미국 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단순 정비를 넘어 조선소 건립, 기술 이전, 인재 양성까지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과 한·미 간 전략적 협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USNS 앨런 셰퍼드함 MRO는 한국 정부의 MASGA 제안 이후 첫 수주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라며 "한국 조선업계가 미 해군 MRO 시장에 본격 진출, 앞으로도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