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내 모든 OLED 공정 적용…생산성 향상 기대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LG디스플레이가 개발, 생산, 사무 전 부문에 자체 개발한 AI를 적용하는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공개하며, 3년 내 업무 생산성 30% 향상을 목표로 잡았다. 이미 지난해 AI 생산 체계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뒀고, 설계부터 제조, 사무까지 AX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5일 LG디스플레이는 출입기자 대상 AX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올해를 ‘AX 혁신 원년’으로 정하고 전사적 AI 전환에 나선다”고 밝혔다. 설계부터 생산, 사무에 이르기까지 주요 업무 흐름에 자체 개발한 AX를 도입하며 디스플레이 산업의 고질적 난제였던 개발 기간, 품질, 수율, 원가 등의 지표를 개선 중이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성과는 설계 영역에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이형(異形) 디스플레이의 엣지 설계를 위한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곡면이나 얇은 베젤 형태에 맞춘 엣지 설계 도면을 수작업으로 만들다보니 평균 한 달 이상이 소요됐지만, AI 도입 이후 해당 작업은 단 8시간으로 단축됐다. 광학 설계 역시 AI가 시뮬레이션과 검증을 자동화하면서 5일 이상 걸리던 설계 공정이 8시간 안에 완료되는 수준까지 개선됐다.
◆ 불량 예측·수율 개선…연 2000억 손익 향상 효과
제조 부문에서도 ‘AI 생산 체계’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제조 공정에 특화된 자체 AI 시스템을 통해 품질 이슈 해결에 걸리던 평균 3주 간의 시간을 2일로 줄였다. 이는 곧 양품 비율 상승과 원가 절감으로 이어졌고, 회사 측은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주 LG디스플레이 제조AI실 실장은 “설계를 잘해서 개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품으로 잘 만들어내는 것이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그 핵심 지표가 수율인데, 이 수율이 얼마나 높으냐가 제조 경쟁력과 수익성을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수율 1%에 따라 약 2,000억원의 영업 손익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터급 글래스 한 장에서 약 200개의 패널이 나오고, 각 패널엔 300만개의 픽셀이 있는데, 이중 단 하나의 픽셀이라도 불량이면 출하가 불가능하다. 이런 불량을 만드는 이물질의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약 1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이 실장은 “이 정도 크기의 이물질을 찾아내는 것은 한반도 크기에서 야구공 하나를 찾는 것과 같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며 "AI는 365일 24시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 이상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그 원인을 분석해 정확한 솔루션을 엔지니어에게 제안해 원샷(one-shot)으로 수율 개선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AI가 이상을 감지하고 원인을 분석해도 판단은 사람이 해왔다"며 "앞으로는 슈퍼 에이전트를 AI로 만들어 원인 분석뿐만 아니라 생산 반영, 공정 제어 등의 일련의 과정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산 AI는 OLED 공정 도메인 지식을 학습해 이상 현상의 원인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시한다. 올해 안으로 모바일을 시작으로 TV, IT, 자동차용 OLED 전 공정에 해당 체계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사무직과 생산직을 위한 AI 어시스턴트 ‘하이디(HI-D)’도 주목된다. LG디스플레이가 독자 개발한 하이디는 회의록 작성, 이메일 초안 생성, 실시간 번역, 문서 요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내 문서 200만건을 학습해 업무 질문에 답하는 ‘하이디 서치’ 기능은 품질, 표준, 교육 자료 등 내부 정보를 빠르게 찾아 제공 중이다. 향후 보고서 초안 생성, 이미지 검색 등 고난도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하이디 도입으로 하루 평균 업무 생산성이 약 10%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외부 솔루션을 쓰지 않고 자체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연간 100억 원 이상의 구독 비용도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디의 기반 AI 모델은 LG AI 연구원의 초거대 언어모델(LLM) ‘엑사원(EXAONE)’이 활용됐다. LG그룹 자체 개발해 내재화된 LLM으로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보안 안정성과 데이터 보호 측면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안보슬 LG디스플레이 R&D DX팀 책임은 "자사는 직접 개발한 자체 AI를 활용중이고, 사내망을 통해 사내에서만 검색하도록 자체 LLM을 구축했다"며 "정보 보안을 위해 사회 생성형 AI는 사내에 직접 접속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중국 업체 약진 속…“AI로 경쟁 우위 확보”
이날 행사에서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약진 속에, AI 기술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경우 LG디스플레이가 어떻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였다.
이에 대해 이영주 실장은 “저희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부분”이라며 “중국의 AI 기술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은 그 기술을 얼마나 현장과 잘 결합시키느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단순히 기술 수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제조 특성이나 업무 특성에 얼마나 정교하게 결합해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LG디스플레이가 앞서 있고 도메인 지식이 반영된 특화 AI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업체의 도전이 거센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이를 위한 중요 수단이 AI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실적으로 증명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는 3년 내 업무 생산성 30% 향상을 목표로 AX 전략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설계 AI의 범위를 재료, 소자, 회로, 기구 등으로 확장하고, 생산 AI의 자율 제어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적용 분야도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