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 한경협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 한경협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이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의 회장단 복귀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며 “내년 2월 정기총회까지 복귀를 성사시키는 것이 제 운명”이라고 밝혔다. 류 회장은 18일 제주 하계포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2027년 2월까지가 임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류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실상 멈춘 한경협 회장단 회의를 부활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회장단 회의 재개 시점에 대해 성급히 할 생각은 아니지만, 정부와도 긴밀히 협의하면서 추진하고 있다”며 “회장단 회의는 한경협의 상징성과 존재감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한경협의 회장단 회의는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부터 이어져 온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 구본무 전 LG 회장, 정몽구 전 현대차 회장, 조양호 전 한진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참여해 격월로 열렸다. 특히 IMF 직전인 1997년 9월, 폐암 투병 중이던 최종현 SK 회장이 산소 호흡기를 달고 회의에 참석한 일화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회장단 회의는 중단됐고, 4대 그룹은 전경련에서 탈퇴했다. 이후 지난해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한 협회에 4대 그룹이 회원사로 복귀했지만, 총수들은 여전히 회장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류 회장은 이와 관련해 “국민들이 한경협을 용서해 주신 것 같다”며 “이재용 회장도 이제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벗었다. 류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이 회장의 회장단 복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류 회장은 한미 통상 협상과 관련해 “앞으로 2주가 한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8월 1일 미국이 시행할 예정인 상호관세 조치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이 먼저 협상을 타결하면 ‘헤드스타트’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그는 “이럴 때는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 줄 건 줘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총력 협조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저도 풍산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지만, 모든 제도를 한꺼번에 도입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속도를 늦추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담겨 있다.

류 회장은 최근 민주당과 10년 만에 공식 대화를 재개한 데 대해 “당사에 초대받았을 때 ‘차였던 옛 여친을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며 정치권과의 소통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제가 본 리더 중 가장 경청을 잘하는 분”이라고 평했다.

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는 “기업들이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려면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풍산도 지방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름휴가 계획을 전라북도 고창의 상하목장으로 정하며 “내수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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