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LG이노텍
▲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LG이노텍

사람의 움직임·위치·제스처까지 감지

AI·레이더 융합으로 글로벌 전장 공략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스마트폰 하나로 차 문을 열고 잠그며 시동까지 거는 기능이 이제 낯설지 않다. 국내에서는 쏘카 등 카셰어링과 렌터카 서비스가 보편화되며, 디지털 키는 실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같은 차량 공유 산업 성장과 맞물려 디지털키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차량용 디지털키 시장은 2025년 6,000억원에서 2030년 3조3,000원으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이노텍은 15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 기술 설명회를 열고, 2030년까지 차량 통신부품 사업을 연매출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17년 디지털키 모듈 개발에 착수해 2019년 첫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AI 기술과 자체 무선통신 기술력을 결합한 차세대 솔루션으로 고도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판매 중인 디지털키 2.0(2세대)은 BLE(저전력 블루투스), NFC, UWB 기술을 복합 적용한 제품이다. 기존 1세대 기술이 BLE 신호 세기로 거리를 추정해 보안에 취약했다면, 2세대에서는 차량과 스마트폰 간 신호 왕복 시간을 기반으로 거리를 정밀 측정하는 UWB 기술을 도입해 보안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이번 설명회에서 LG이노텍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3세대 기술을 공개했다. UWB에 자체 개발 레이더를 접목해 존재 인식, 제스처 인식 등 실시간 인캐빈 감지 기능까지 구현한 것이다.

▲남형기 커넥티비티개발실장이 15일 열린 LG이노텍 기술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윤서연 기자
▲남형기 커넥티비티개발실장이 15일 열린 LG이노텍 기술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윤서연 기자

남형기 커넥티비티개발실장은 "2.0이 스마트키를 휴대폰으로 대체한 수준이라면, 3.0은 사람의 움직임과 위치, 제스처까지 감지해 차량과의 인터랙션이 가능해진 기술"이라며 "하드웨어는 고주파 UWB를, 소프트웨어는 AI 기반 3D 고정밀 측위 기술을 적용해 10cm 이내 정확도로 위치를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류 케이스 500만 건 이상을 학습해 정확도를 검증했으며, 이 수준의 정밀도 구현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진행된 디지털키 시연에서는 스마트폰을 소지한 사용자가 차량에 다가가면 웰컴 문구가 표시되고, 트렁크 킥 센서 주변에 발을 갖다 대면 킥 모션을 인식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존에는 20~30cm 거리에서 차량 문이 열려 엉뚱한 문이 작동하는 일이 있었지만, 차세대 솔루션은 10cm 이내 거리에서만 기능이 활성화돼 오작동을 방지한다. 이밖에도 침입자 감지, 후방 충돌 방지,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 등 다양한 부가기능 구현이 가능하다. 

▲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의 '아동 감지(CPD)'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LG이노텍
▲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의 '아동 감지(CPD)'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LG이노텍

특히 차량 내 아동의 잔존 여부를 감지하는 CPD(Child Presence Detection) 기능은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핵심 기술로 관심을 모았다. 자체 개발한 레이더를 통해 아동의 미세한 호흡과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량 내 아동이 남아 있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10초 이내에 운전자에게 알람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기존 CPD가 좌석 중량으로 감지해 오인 가능성이 높았던 반면, LG이노텍은 아동 특유의 생체신호까지 정밀하게 판별할 수 있다.

미국 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차량에 홀로 남겨졌다가 일사병으로 사망한 아동은 39명에 달했다. 이처럼 차량 내 아동 방치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미국과 유럽에서는 CPD 기능의 차량 탑재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차량 안전평가기관 유로 NCAP은 해당 기능이 15초 이내 작동할 경우 차량 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는 기준을 마련했으며, 이는 완성차 업체들에게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성준 편의제어통신S/W 개발팀장은 "레이더가 아이의 호흡과 움직임을 감지해 아이가 탑승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준다"며 "앞쪽에 어른이 탑승하게 되면 어른이 타고 있는 것도 감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5일 열린 LG이노텍 기술설명회에서 김홍필 커넥티비티사업담당 상무, 김형근 전장마케팅 담당, 남형기 커넥티비티 개발실장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서연 기자
▲15일 열린 LG이노텍 기술설명회에서 김홍필 커넥티비티사업담당 상무, 김형근 전장마케팅 담당, 남형기 커넥티비티 개발실장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서연 기자

LG이노텍은 이미 기술적으로는 상용화 준비를 마친 상태로, 향후 고객 요구 사항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LG이노텍은 생산법인으로 멕시코와 폴란드,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김형근 전장마케팅 담당은 "동남아, 유럽, 북미 멕시코 등 각 대륙별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고객 요구에 따라 생산지 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살필 계획"이라며 "관세 정책과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며 대응책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양산 시점과 관련 김홍필 커넥티비티사업담당 상무는 "2028~2029년 양산을 목표로 북미·유럽 완성차 고객들과의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수주 소식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글로벌 전체 차량 중 디지털키 적용 차량 비중이 2030년까지 6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홍필 상무는 "지난해에만 국내외 14개 차종에 탑재될 디지털키 솔루션을 수주했다"며 "1조5,000억원 목표는 디지털키 외에도 5G 통신 모듈, AP 모듈 등 차량통신 전반을 포함한 수치이고, 올해도 추가 성과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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