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하반기 선박 수주량, 건재할 것"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글로벌 조선업계의 호황기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급감하며, 수주 회복세에 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그러나 글로벌 수주량 감소가 국내 조선업의 위기로 직결된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7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256만CGT(표준선 환산톤수)·84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30만CGT) 대비 81% 줄어든 수준이다. 척수 기준으로도 200척을 넘겼던 작년 6월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지난달 글로벌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조선 업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라며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 조선사들은 하반기에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고, 글로벌 물량이 줄은건 맞지만 언제나 증폭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국가별 수주 잔량은 중국 9,682만CGT(59%), 한국 3,542만CGT(22%) 순으로,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7.11포인트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42포인트 상승했다. 또, 지난달 한국 조선소는 척당 평균 5만8,000CGT 규모의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한 반면, 중국은 2만7,000CGT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기술집약형 선종 중심의 수주에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상반기 발주량 감소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선사들이 투자 결정을 유보한 데 따른 측면이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조짐과 함께 IMO(국제해사기구)의 친환경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하반기부터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사이클상 선가와 발주량 하락은 피할 수 없으나, 지난해에 비해 하락폭이 과도하며 이는 트럼프 당선 이후 관세 등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이스라엘 사태 등 여전히 불확실성은 상존하지만 미중(美中) 상호관세가 완화되고 각국의 관세 협상이 진전을 보이며 하반기 발주 환경은 선주들에게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상반기 미뤄졌던 발주가 재개돼 하반기 발주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하반기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선별 수주와 고부가가치 선박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중심의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선주로부터 약 5억 달러 규모의 LNG선을 수주한 데 이어,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는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지속 이어가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방산·특수선 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형 수소 운반선, 해양플랜트 등 고난도 기술 기반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견제 속 국내 상선 수주 협상에서의 반사 수혜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수선 사업부를 영위하는 한화오션의 경우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신규 수주 및 한미 정부 간 함정 사업 논의 진전에 따른 모멘텀(상승 동력) 역시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LNG선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며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LNG선 중심으로 약 30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확보했다. 올해 수주 목표액(91억 달러)의 약 33%를 이미 채운 상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미국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라 해양생산설비 투자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