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원작 팬 '호불호' 예상해…액션 스타일·캐릭터 톤 다를 수밖에 없어"
"수입 투자하는 영화에 이름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만족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미사 폐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배우 소지섭. 이후 그는 '유령', '주군의 태양', '지금 만나러 갑니다', '외계+인' 등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를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소지섭은 영화 '회사원'에서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냉철한 엘리트 킬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의 남기준 역으로 13년 만에 누아르 액션 장르에 복귀해 강인한 캐릭터의 매력을 선보인다. 그가 연기한 남기준은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광장을 떠났지만, 동생의 죽음 뒤 배후를 밝히기 위해 다시 돌아와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를 펼치는 인물이다.
말보다는 눈빛과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남기준 역을 소화해낸 그는 오직 복수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통해 진한 누아르 액션의 정수를 선사한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소지섭 배우를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누아르 장르를 좋아하는데 시나리오가 굉장히 귀해요. 제작이 많이 안 되니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죠. 제게 제일 먼저 대본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감사했어요. 솔직히 남기준 캐릭터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제게 어울리는 캐릭터라 오래간만에 치트키를 꺼낸 느낌이었어요.
근데 제가 지금까지 맡아온 캐릭터가 비슷비슷해 보일까 싶어 뭘 해야 새롭게 봐주실까 하는 고민이 많긴 해요. 연기를 30년 정도 했는데 한 10년만 하면 선수가 될 줄 알았거든요.
Q. 넷플릭스 시청 순위에서 글로벌 2위에 올랐다. 한국판 '존 윅'이라는 반응도 있다
아직 체감은 못 하고 있지만, 잘되고 있는 것 같아요. 누아르도 좋아하고 '존 윅' 시리즈도 좋아해서 비교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깜짝 놀랐어요. 감사하죠.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존 윅'을 따라 한 건 아닙니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한 번에 쭉 볼 수 있는 시원함과 통쾌함이 있는 작품이니까 특별한 고민 없이 그냥 클릭만 해주시면 끝까지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액션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는지,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액션 장면이 있다면
무술 감독님과 상의 하면서 남기준이라는 인물이 많은 사람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멈출 수는 있어도 뒤로 물러나지는 말자고 했어요. 직진만 하는 액션이면 좋겠다고 했죠. 그리고 일대 다수이기 때문에 공간 활용을 잘하려고 했어요.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남기준이 많이 강하고 센 인물로 보일 수 있도록 접근했습니다. 대사는 원래 있었던 것도 간결하고 단순화시키면서 고쳐나갔어요. 해외 시청자들을 위해서도 더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액션 장면은 4화의 개미굴 시퀀스죠. 일주일 정도 찍었는데 가장 힘들었어요. 정인석을 연기한 김태인 씨는 실제 격투기 선수의 에너지가 있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누가 다칠까 봐 그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였습니다. 촬영 중에 손을 조금 다치기도 했죠. 액션 디자인은 현장에서 많이 맞췄어요. 영화처럼 100% 맞추고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Q. 서사가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도 있다
웹툰도 마찬가지지만, 앞에 서사가 거의 없잖아요. 이미 동생의 복수라는 설정이 있으니까 그 힘으로 충분히 끌고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남기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만들어나갔나
남기준이 아주 착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불쌍하기도 했죠. 처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마음에 담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극을 진행하면서 살도 뺐어요. 95kg였는데 70kg 중반까지 감량했죠.
4화에서 복수를 다 끝낸 것 같지만, 전화를 받게 되면서 또 다른 뭔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때 남기준은 모든 사람을 다 죽여야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죽어야 끝날 수 있겠구나 하고 계속 앞으로 나갔다고 생각했습니다.

Q. 남기준은 총을 맞아도 좀비처럼 죽지 않는다
드라마니까요. (웃음) 원래는 중간에 약을 먹거나 치료받는 분량이 더 있었어요. 근데 죽음을 향해 전진하는 사람이 계속 몸을 치료하는 걸 보여주는 게 좀 그렇죠. 그래서 그런 장면 대부분을 편집했던 것 같고 그래서 더 불사신처럼 보였을 것 같네요.
Q. 나름의 해석과 함께 연기한 남기준 캐릭터다. 하지만, 원작 팬들은 웹툰에 묘사된 처절함, 격투 감각보다는 강함과 무게감에 너무 집중한 각색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제가 전에도 원작이 있는 작품을 몇 번 해봤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을 했어요. 근데 원작이 있는 작품에 큰돈을 들여 제작하는데, 그걸 훼손하려고 만들지는 않죠. 원작을 뛰어넘을 정도로 작품을 잘 만들고 싶은데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고 봐요.
저희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습니다. 원작과 이 작품의 액션이나 캐릭터 스타일은 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원작은 기본적인 톤이 초반에 한두 명을 완전히 제압하고, 주변 사람들이 그걸 지켜보면서 공포를 느끼고 위축되는 구조잖아요. 근데 그게 한 번은 괜찮지만 길어지면 다음 액션 진행이 잘 안 돼요.
이 작품에서는 센 사람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잖아요. 뒤에 있는 인물들이 멀쩡하게 서 있다가 도망가면 이상해지죠. 남기준도 그렇고요. 그래서 더 큰 힘을 주고 그 에너지 때문에 남기준에게 접근이 어렵게 약간 변형한 것이죠.
Q. 오랜만에 많은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허준호 선배님은 진짜 멋있으셨어요. 제게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내가 다 받아줄게"라고 하셨는데 진짜 큰 힘이 됐어요. 자연스러운 리액션 연기의 고수셨죠. 안길강 선배님은 에너지가 진짜 좋으세요. 아직도 액션 연기를 좋아하시는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로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셨죠.
공명 씨 경우는, 본래 이미지와는 좀 다른 캐릭터를 맡았는데, 그걸 되게 즐기면서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추영우 씨는 뭔가 고민을 많이 하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정말 빨리 자기 걸로 소화해서 연기하더군요. 이준혁 씨는 남자인 제가 봐도 되게 섹시하더라고요. 분량이 적은 게 아쉬웠죠.
Q. 차승원 배우와도 극 중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함께 한 소감을 전한다면
배우 대 배우로 봤을 때도 멋있으세요. 딱 '간지'가 있으시죠. (웃음) 늘 자기 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우고 있으셔서 대본도 잘 안 보세요. 현장 매너나 연기 모습이 진짜 멋있는 분이시죠.

Q. '소간지'라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종영하고 붙게 된 별명이죠. 당시에는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지금까지 저에게만 붙여주시는 별명이니까요. 앞으로도 '소간지'라는 별명을 유지하고 싶고 계속 그렇게 불리고 싶습니다.
배우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기억될 작품이 없을 수도 있는데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다시 사랑받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젊은 세대에서 그때 감성을 이해해 주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따라 하시면 안 됩니다. 이제는 잡혀가요. (웃음)
Q. 일본 팬 미팅에서 '소옥차'(소지섭·옥택연·차학연) 데뷔 무대를 가졌다. 결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제가 힙합을 좋아하고 '듀스'라는 팀을 좋아해서 래퍼 데뷔를 했었어요. 지난번 일본 팬 미팅 행사에 옥택연, 차학연 씨가 게스트로 참석했었거든요. 사회자가 팀 이름이 있냐고 질문을 했는데 차학연 씨가 갑자기 '소옥차'라고 해서 그렇게 팀 이름이 결정됐죠. (웃음) 셋이 함께하자는 제안은 제가 먼저 했어요. 차학연 배우는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너무 괜찮아서 늘 응원해주고 싶어요.
Q. '서브스턴스', '악마와의 토크쇼',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같은 작품들의 수입 투자 일도 겸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할 때는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수입사인 찬란의 파트너이고 이지혜 대표님께 하시는 일을 너무 하고 싶다고 부탁드리면서 시작됐어요. 요즘은 좋은 영화를 가져오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 된다고 하면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수입 투자한 영화에 제 이름이 들어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저 스스로 큰 만족감을 느껴요.
제가 투자를 선택한 영화가 잘 된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것도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그런 말씀은 찬란 대표님이 들으셔야 해요. 저는 그냥 도움만 드리는 거라 민망합니다. 직접 수입하는 건 제가 똥손이라 안 됩니다. 전문가분들을 믿어야죠. (웃음) 특히 요즘에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좋게 봐주시는지 판단이 쉽지 않아서 작품 '픽'하기가 쉽지 않아요.
'서브스턴스'와 같은 작품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가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자주 영화관에 가려고 노력하지만, 많이 가지는 못해요. 그러다가 가보면 객석에 사람이 너무 없더군요. 영화 보면서 집중이 잘 안 될 정도죠.
Q. 배우로서 그리고 작품에 투자하는 영화인으로서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대한 걱정과 고민도 있을텐데 개인적인 생각을 밝힌다면
한국 영화계에 변화를 만들어나간다는 건 저 혼자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영화계가 힘든 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부분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들은 영화관에 많이 가는 것이죠.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영화로 만들고 개봉하는 작품이라면 웬만하면 영화관에 가서 보자고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영화관에서 봤을 때만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