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마곡 본사. ⓒLG이노텍
▲LG이노텍 마곡 본사. ⓒLG이노텍

광학 실적 부진 속 전장·기판이 상쇄할 듯

보스턴 다이내믹스 협력 등 포트폴리오 전환 가속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LG이노텍이 올해 1분기 광학사업의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전장과 기판 등 비광학 부문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애플 의존도 완화라는 숙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사업 구조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9,828억원, 영업이익 1,2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비 15%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8.9% 감소했다.

전체 매출의 약 83%를 차지하는 광학솔루션 사업은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해당 부문은 전년비 18% 증가한 4조1,38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28% 감소했다. 스마트폰 수요의 계절적 영향과 애플향 공급 구조의 편중이 여전히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특히 애플의 공급망 전략 변화는 LG이노텍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 이후,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 등지로 생산 거점 이동을 추진 중이다. 현재 아이폰 생산의 약 90%가 중국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러한 변화는 부품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026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의 카메라 성능 상향이 예고돼 있어,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사업도 내년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당장은 선제 출하된 모듈 재고, 판매 부진, 관세 부담, 벤더 간 경쟁 심화 등 복합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애플은 올해 2분기 중 관세로 약 9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LG이노텍 역시 고객사의 부담이 납품 단가에 전가될 가능성으로 인해 광학솔루션 부문의 연간 실적이 전년 대비 역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LG이노텍 관계자는 “LG이노텍은 부품사로서 직접 관세를 부담하진 않지만, 고객사에 관세 부담이 생기면 간접적인 단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당사는 글로벌 생산 거점이 대륙별로 고르게 분산돼 있어 당장 생산 구조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에 LG이노텍은 전장과 기판소재 부문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장부품 매출 비중은 9.1%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9.4%로 상승했고, 기판소재도 같은 기간 6.9%에서 7.5%로 확대됐다. 매출액 기준 전장과 기판이 전년비 각각 5%포인트, 15%포인트 증가했다.

전장부품 부문에서는 차량 통신 및 조명 모듈 등 고부가 품목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매출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 법인 투자와 커스터마이징을 최소화한 플랫폼형 부품 개발을 통해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판소재 사업에서는 FC-BGA, RF-SiP 등 고사양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기판 제품의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전년비 15% 증가한 3,76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FC-BGA는 고성능 AI 반도체용 기판 수요 증가와 맞물려 향후 성장성이 가장 높은 영역으로 꼽히며, LG이노텍은 인텔 등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대응력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실적은 광학솔루션의 전년비 감소분을 전장과 기판 부문이 상쇄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며 “기판은 일시적 실적 저하 이후 정상화 단계에 있고, 전장은 양질의 수주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 효율성 제고를 위한 설비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LG이노텍은 베트남,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주요 거점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 공장의 증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멕시코 공장도 연내 추가 확장이 예정돼 있다.

한편, LG이노텍은 최근 로보틱스 분야로의 확장도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협력해 로봇용 비전 센싱 시스템 공동 개발에 착수했으며, 향후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비스마트폰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과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 증설이 조만간 완료를 앞두고 있으며, 멕시코도 연내 증설이 예정돼 있어 전체 생산 효율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라며 “관세나 공급망 이슈에 대해선 생산지 이전보다는 계획된 증설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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