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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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 계 내린 가운데 국내 증권가에선 주식시장에 대한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강등은 과거와 달리 달러화 약세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미국 금융시장의 조정 촉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무디스(Moody’s)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이유로 재정 리스크를 지목했다. 무디스는 등급 변경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 이상에 걸쳐 미국은 정부 부채 및 이지지급비율이 상당히 증가해 비슷한 등급의 국가들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선 잠재적 경기 침체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월 미국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CB)가 발표한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92.9로 전월(100.1) 대비 7.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팬데믹 당시였던 2021년 1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한편 향후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35%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게다가 JP모건은 현재 미국 및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60%로 전망했다.

다만, 무디스는 등급 전망에 대해선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미국의 경제 규모, 회복력, 역동성, 그리고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의 역할 등 다수의 강점이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모두의 최고 등급을 상실하게 됐다. 무디스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8월, 피치(Fitch)는 2023년 8월 각각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2011년 당시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내렸을 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하루 만에 6.7% 급락하며 금융시장은 단기 충격에 빠졌다. 2023년에는 시중금리가 오르며 S&P500 지수와 코스피가 동반 하락했다.

◆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달러 약세에 주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무디스의 조치가 미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예고된 강등'의 성격이 강한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무디스는 지난 2023년 11월 에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이미 부정적인 등급 전망을 통해 금융시장에 예고된 측면이 강하다"라며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이 앞서 신용등급 강등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미국 국채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라고 밝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S&P와 피치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적 있어 이번 무디스의 하향 조정이 새롭거나 예상치 못한 악재가 아니다”라며 “결국 관건은 미국 재정 리스크, 특히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안정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무디스의 강등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이 높아지는 등 금융시장의 조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과거와 달리 최근엔 달러화 약세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국채 금리 추가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 등 미국의 재정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금융센터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거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미 국채의 벤치마크 지위나 달러화 위상을 훼손시키지 않았고 대체자산도 여전히 부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관세갈등 격화를 계기로 투자자들의 탈달러화 이슈가 이미 부각된 바 있어 미 장기금리 상승과 달러 약세에 대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세계 최고의 투자자 중 한 명인 워런 버핏도 미국 달러화 약세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버핏은 지난 3일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재정정책이 가장 우려된다”며 “정부가 계속 돈을 찍어내면서 화폐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치가 추락하는 통화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 불안감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은 둔화하고 있고, 경기 모멘텀(상승 동력)은 약화하고 있다"며 "실질금리 하락을 기반으로 시중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마이너스(-) 3%(전년 동기 대비)를 밑돌고 있고, 경기선행지수 하락 6개월 후 동행지수가 하락 전환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는 7~8월부터 미국 실물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2번의 기준금리 인하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기간이 마무리되고 시장의 관심이 다시 매크로(거시 경제지표)로 이동해 조정이 현실화한다면, 1차적으로 6월 FOMC, 2차적으로 미국 의회가 재정정책 정립을 목표로 하는 7월 4일(미국 독립 250주년)까지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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