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당' 채원빈 "우정물 도전 하고파…친근하고 자주 볼 수 있는 배우 소망" 

"숨 붙어있기에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인물 연기"

"'로코퀸' 아직 시작도 못 해 봐…욕심내 볼 생각"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채원빈은 2024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한석규 배우와 부녀 연기 호흡을 맞추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연기해냈다. 속내를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통해 MBC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을 차지하며 채원빈은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게 됐다. 

영화 '야당'에서 채원빈은 어쩌다 마약에 손을 댄 유명배우 엄수진 역을 맡았다. 극 중 엄수진은 마약범을 잡게 해주면 사건은 덮어주겠다는 마약수사대 오상재(박해준)의 말을 믿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수사 경쟁에 휘말려 들면서 한순간에 마약사범으로 추락한다. 이 작품에서 채원빈은 복수를 꿈꾸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소화해내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채원빈 배우를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야당'에 대한 관객 반응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요즘 제 일과 중 하나가 영화 어떻게 보셨는지 찾아보기에요. 다양한 시선도 많고 너무 재밌더라고요. 후기들이 너무 좋았어요. 어떤 분이 되게 잘 끓인 김치찌개 같다고 말씀을 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사회적인 문제에 경각심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장르적으로 통쾌함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을 재미있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Q.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배님들이 맡으신 역할을 아는 상태로 대본을 봐서 그런지 몇 배는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맡은 역할인 엄수진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서 그런 부분에서 더 재미를 느꼈죠.

Q. 황병국 감독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연기라고 칭찬했다

감독님의 극찬을 나중에야 확인했어요. 아마 저를 처음 보셔서 처음 보는 연기라고 하신 게 아닐까요? (웃음) 엄수진에게는 굉장히 예민하고 날 서 있는 모습부터 여린 모습, 아파하는 모습까지 있는데 제가 다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었어요.

Q. 황병국 감독은 실제 취재를 통해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본인도 후반부에 마약중독자 연기를 해야 했는데

다큐멘터리를 많이 찾아보고 힌트를 얻으면서 최대한 잘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약 중독 연기는 고민이 많았어요. 평소 제 모습에서 녹여낼 수 있는 연기가 아니다 보니까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강하늘 선배님 촬영본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많이 도와주셨죠.

외적으로는 최대한 피폐해졌으면 좋겠다는 게 모두의 의견이었어요. 그래서 다크 서클 분장도 하고 많이 망가진 모습으로 차별화를 뒀어요. 사실 분장을 많이 안 했었어요. 입술 립밤 같은 것도 잘 안 바르고 최대한 망가진 그런 모습을 보이려 신경 썼죠. 감정 표현에 있어서 후반 촬영할 때는 정말 숨이 붙어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다는 느낌으로 연기했습니다. 

Q. 이번 작품에서 연기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연기할 때 제가 어떤 감정이었는지에 따라 아쉬움과 만족감이 나뉘는 것 같아요. 정말 진심으로 했었지 하는 생각이 들면 보기에는 아쉬울 수 있어도 그래도 저 자신에게 잘했다고 해줄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많이 헤맸던 날은 촬영 결과와 상관없이 아쉬워서 못 보겠어요. 

제일 어려웠던 게 약을 하고 취해 있는 거였는데 어색하면 안 되니까 연습을 최대한 많이 했어요. 자료를 많이 찾아보기도 했지만,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감독님이 직접 연기로 보여주신 적도 있어요. 되게 맑은 분이세요. 이해도 잘 시켜주시고 수용도 잘 해주시고 큰 어려움이 없었죠.

Q. 강하늘, 박해준, 유해진, 류경수 배우와의 연기 소감을 전한다면

강하늘 선배님은 그냥 연기하고 계시는 모습을 옆에서만 봐도 화면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몰입감이 있어요. 작품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힘이 엄청난 분이신 것 같아요. 다정하시고 의견을 많이 나눠주셨어요. 리허설 때 제 대사가 잘 안 뱉어지거나 하면 여기 좀 같이 맞춰보자고 하시면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정말 존경합니다.

박해준 선배님 경우는 '폭싹 속았수다'를 감명 깊게 봤는데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선배님께서 가지고 계신 에너지가 엄청나셔서 그 흐름에 제가 타고 간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면 호통치는 장면에서 정말 진심으로 혼내는 연기를 해주셔서 정말 도움이 됐어요. 감정 신에서는 계속 물어봐 주시면서 챙겨주셨고, 장난도 많이 치시면서 긴장을 풀어주셨어요.

류경수 선배님은 촬영할 때 너무 무서워서 가까워지지 못했어요. 캐릭터가 주는 무시무시함이 있다 보니까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지 하면서 촬영하면서도 무서웠어요. 근데 실제로는 정말 웃기고 다정한 분이세요. 홍보 활동을 하면서 가까워졌죠.

유해진 선배님은 배꼽 도둑이세요. 너무 제 코드여서 항상 너무 웃겨주시고 굉장히 멋있으세요. 원래도 팬이었지만 진짜 더 팬이 됐어요.

Q.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억울한 면이 있고 복수를 꿈꾸는 캐릭터다. 장르물에 잘 어울리는 냉정하고 차가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작품들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야당'은 제가 3개 작품을 동시에 찍던 시기였는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연관 지어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듣고 보니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신기해요. 장르물 안에도 크리처물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장르물은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보니까 평상시 삶을 살면서 경험해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으므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본능적으로 연기를 하는 편인가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생각하고 계산하면 좀 갇히게 되죠. 최대한 본능적으로 연기해요. 함께 연기하는 선배님들에게서는 정말 배울 점이 많아요. 저는 그냥 그 앞에 서 있다가 앉아 있다가 본능적으로 소통된 것 같아요. (웃음) 대본을 분석하고 연습할 때 지문 하나하나까지 상상하고 공감하면서 연필로 최대한 많이 써 놓거든요. 그리고는 촬영할 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대본을 들고 가죠. 그래야 적어놓은 것에서 벗어나게 되더라도 혼란스러운 생각이 덜 드니까요. 감정 신 같은 경우는 제가 너무 무서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를 생각하면서 했었어요. 아직은 방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Q.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였고 '야당'을 통해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단점도 생길 수 있다

저는 좀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는 편이에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근데 보통은 저를 잘 몰라보시더군요. 제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여러 번 봤다는 선배님이 계셨는데 작품하면서 중반까지도 절 몰라보셨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Q.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저는 우정을 다룬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술꾼도시여자들'이라는 드라마도 너무 좋아했었고 또 우정물 만화 중에 '아홉수 우리들'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그런 장르에서 연기를 해보면 참 재미있고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안 해봤거나 배울 점이 있는 인물한테 마음이 많이 가요. 캐릭터를 중심으로 작품을 항상 선택해왔어요.

Q.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후에 냉미녀라는 별명이 생겼다. '야당'에서도 냉미녀의 이미지를 보여줬는데 이미지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나

저는 그렇게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서요.(웃음) 저는 굉장히 웃긴 거 좋아하고 웃기는 거 좋아해요. 냉미녀 별명 때문에 드라이아이스냐고 친구들이 진짜 많이 놀려요. (웃음) 진짜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작품을 만나게 되면 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을 잘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 이번 작품에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제가 조훈(류경수)과 요트에서 나와서 헤어지는 장면이 저는 너무 좋았어요. 찍을 때 현장의 긴장감이 잘 표현됐어요. 유해진 선배님이 마지막에 소리가 나는 근원을 찾는 장면이 있는데 대본을 읽었을 때는 그런 느낌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본능적으로 찾아내려는 몸짓과 표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더 웨일'이라는 영화를 봤는데요. 정말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감동했다거나 너무 슬프다거나 그런 감정을 떠나서 다 보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 편이지만, 고어한 건 잘 못 보고 좀비물은 좋아합니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연기에 부자연스러움이 없는 친근하고 자주 볼 수 있는 배우였으면 해요. '로코퀸'은 제가 아직 시작도 못 해봐서 시작하고 나면 한번 욕심을 내볼 생각입니다 (웃음)

Q. '야당'을 보실 예비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치열하게 촬영했다는 말씀을 감독님께서 매 무대 인사마다 하세요. 그 말씀에 정말 공감하고 있어요. 정말 모든 것을 담아냈으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