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90% 점유율 사수 중…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戰 '주목'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TC본더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하던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두 기업 간 기술력과 점유율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최근 SK하이닉스와 210억원 규모의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TC본더는 HBM 생산 공정에서 필수적인 장비로 실리콘 관통전극(TSV) 기술을 활용해 칩을 적층하는 과정에서 사용된다. SK하이닉스는 공급망 다변화와 한미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화세미텍과의 협력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 시장은 AI 반도체 및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467억달러(약 68조원)로 2024년 182억달러(약 26조원) 대비 157% 급증할 전망이다.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HBM을 적극 채택하면서 TC본더와 같은 핵심 공정 장비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TC본더의 품질과 정밀도는 HBM의 성능과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의 경쟁은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반도체 패키징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글로벌 HBM3E 12단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점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시장에 진입하면서, TC본더 공급망이 다변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전자 및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한화세미텍과 협력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그동안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유지해 왔으나, 한화세미텍이 공격적인 시장 확장을 지속한다면 고객사 확보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17일 "후발업체 한화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며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TC본더 설계와 관련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특허 소송의 경우, 평균적으로 1~3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이번 건 또한 최대 2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속도전…승자 '주목'
이러한 견제에도 불구, AI 반도체 확산과 함께 HBM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차세대 본딩 주도권을 놓고 양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마이크로 범프 없이 구리와 구리의 직접 연결 방식을 활용해 신호 전달 속도를 향상시키고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2026년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 7세대 HBM4E를 양산할 계획이다.
한미반도체는 올 4분기 제7공장을 완공해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착공한 7공장에서는 올해 출시 예정인 AI 2.5D 패키지용 빅다이 TC 본더를 시작으로 차세대 HBM4 생산용 신제품인 플럭스리스 본더도 생산된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7공장은 12월 완공을 목표로 양산 시점도 연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며 "내년 1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세미텍 또한 하이브리드 본딩에 필요한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미래비전총괄 역할을 맡아 한화세미텍의 반도체 장비 사업을 직접 챙기며 핵심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달 세미콘코리아에 참석해 고객사, 협력사, 경쟁사 부스 곳곳을 돌며 반도체 시장과 기술 현황을 꼼꼼히 살핀 바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고객사 미팅에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 계약 체결 건은 시장 진입의 첫 신호탄에 불과하다"며 "현재 특허 소송 또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의 경우 구체적인 양산 시기를 밝힐 수 없으나 현재 열심히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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