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그의 구호는 선거기간 내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그런 트럼프가 이제 세계의 리더로 돌아온다. 그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유세 기간 자신을 지지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부 수장에 앉혔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바람대로 보조금 혜택이 사라진다면 한국의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기업들에겐 악재다.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으로 투자한 현지 공장의 수익성(제품)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보편 관세 도입은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보편 관세는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물품에 대해 10~20% 관세를 부과한다는 정책이다. 이 같은 관세 정책은 미국 내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효용은 있겠지만 자유무역의 관점에서 볼 때 자원의 비효율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보호무역 정책도 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보호무역 정책이 도입되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과 내수 경기 진작에 도움은 되겠지만 글로벌 시장의 불합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싼값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미국 시장 내에서만 구입하면 두 배 이상 비용을 지불해야 할 지도 모른다.
현재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약을 통해 세계 경제의 일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2007년 6월 한미 FTA에 서명한 후 2011년에 비준동의안이 양국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2년 3월 15일 협정이 발효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시절인 2017년 한미 FTA 개정 논의가 진행됐고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개정된 협정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FTA 개정만으로 한국 정부가 보편 관세를 피해가긴 쉽지 않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인 통상 전문가 스티븐 본 전(前) 미국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은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 글로벌 교역 체계에 만족하지만,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흡족해하지 않는다”며 “미국 노동자에 더 유익한 체계로 조정하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 출신으로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선임 고문을 맡고 있는 태미 오버비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모든 무역적자를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며 그 누구도 무임승차권(free pass)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00년 84억달러에서 2010년 94억달러, 2015년 258억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17년에는 179억달러, 2018년에는 139억달러로 급감했는데 보호무역주의와 통상 압력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재선 실패 후인 2021년에는 227억달러, 2022년에는 280억달러로 무역 흑자 규모가 회복됐으며 2023년에는 444.7억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11월 기준 누적 대미 흑자 규모는 492.8억달러로 사상 처음 연 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4일(현지시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으로 지명했다. 나바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지휘한 인물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주도해 자동차와 철강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킨 보호무역주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그를 지명한 데에는 1기 집권기와 정책의 궤를 같이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한국과의 무역통상 환경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한미 무역관계와 2024 미 대선’ 학술행사에 참석한 스티븐 본은 “트럼프가 이번에 하는 연설을 여러분이 들을 때에는 그가 하는 말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가 한 연설과 2017~2020년에 그가 한 일을 보면 연설에서 그가 하겠다고 말한 것을 사실상 거의 다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집권 동안 양국의 통상 조정에 있어 한미 FTA가 기준이 되길 기대해본다. 경제 영토로 볼 때 한국과 미국이 한 배를 탄 이상 한국산 제품이 더이상 미국에서 외국 제품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대로 한국 또한 미국산 제품을 국산처럼 여기고 수입하는데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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