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이 유력했던 장외주식 기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 KBS뉴스화면 캡처
▲상장이 유력했던 장외주식 기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 KBS뉴스화면 캡처

LS전선, 2010년 IPO 추진했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

현대엔지니어링, 시장 악재·기업가치 논란으로 중단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상장이 유력했던 장외주식 기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한때 기업공개(IPO) 대어로 평가받거나 회사 최고경영자(CEO)마저 상장을 확신했으나 업황 불황, 기업의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상장이 장기간 연기되거나 사실상 추진이 어려워진 사례가 왕왕 있다. 

일례로 현대엔지니어링, LS전선, 교보생명 등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상장이 장시간 지연된 대표적인 기업이다. 해당 기업은 지배주주와 투자자들과 관계, 지분구조를 살펴볼 때 상장이 유력해 보였으나 아직 IPO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 LS전선 자회사 연이은 상장 랠리…모회사 IPO ‘안갯속’

LS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S전선은 10년 전부터 상장을 준비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플랜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LS전선은 일부 알짜기업을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해당 기업의 상장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 LS전선의 자회사 LS머티리얼즈가 주식시장(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LS전선의 나머지 일부 자회사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IPO 예정인 자회사는 ▲LS EV 코리아 ▲LS에코첨단소재 등이 있다. 해당 자회사는 투자자와 ‘동반매도청구권’ 계약을 맺은 상태이기에 상장은 필수적이다.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LS전선은 자회사 LS EV 코리아 IPO를 조건으로 ‘케이브이쓰리퍼스트인베스트먼트’와 계약을 맺었고, LS EV 코리아가 IPO를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과 LS전선이 갖고 있는 자회사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동반 매도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LS에코첨단소재도 투자(키움증권·패러데이)와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모회사인 LS전선의 IPO 여부는 불확실하다. 앞서 LS전선은 지난 2010년부터 상장을 준비해 왔다. LS전선은 지난 2010년 IPO 계획을 밝히며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LS전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현 LS증권) 등 총 4곳이다. 당시 공모 청약에는 전체 물량 1,725억원의 76%인 1,281억원만 들어와 주관 증권사들이 나머지 물량 총 400억원을 떠안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증권사들은 IPO가 성사되지 못한 채 LS전선의 지분을 매도했다. 

LS전선 구본규 대표는 지난 9월 5일 열린 ‘LS전선 밸류업 데이(Value-up Day)’ 행사에서 “(상장에 대해) 반드시 하지만 몇 년은 더 있어야 한다”며 “아주 먼 미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LS전선의 주식가치는 또다시 하락하고 있다. 장외주식(K-OTC) 시장에서 거래되는 LS전선의 주가는 이달 28일 종가기준 9만300원으로 고점(15만9,520원) 대비 43.39% 하락했다. LS전선 관계자는 “(자회사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상장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현대엔지니어링, 시장경색에 상장 불투명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에 핵심 열쇠로 평가받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도 불투명하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2년 초 IPO를 추진했으나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자 상장을 철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건설업종은 IPO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 건설업종(KRX건설 지수 기준)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3배 수준이다. PBR이 1미만이면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도한 구주매출도 상장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IPO를 통해 총 1,600만주를 공모물량으로 내놓았다. 이 가운데 75%인 1,200만주가 구주매출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34만주, 정몽구 명예회장이 142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놨다. 주당 공모 희망가 최하단인 5만7,900원을 적용한다고 해도 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명예회장 및 정의선 회장에게 약 4,000억원이 지급된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가 보유하던 주식을 공개적으로 파는 것이 뜻한다. 구주매출은 최대주주나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성격이 강해 IPO시장에서 외면받는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노조는 “상장 추진은 개인 대주주의 자기 이익 챙기기의 극단을 보여준 사례”라며 “상장은 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지 대주주가 거액의 투자금과 이익금을 챙겨 나가는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장외주식 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28일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기준가 기준)는 3만5,750원으로 고점(140만원) 대비 97.44% 하락했다. 상장을 기대하고 투자한 주주들의 손실도 커진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코스닥 잡주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상장 철회 이후 향후 계획은 표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도 거론되지만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이 3조1,736억원(10월 29일 종가기준)인 것을 감안한다면 합병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가 산정 당시 내세웠던 예상 기업가치는 평가방법에 따라 6조~10조원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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