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유감스럽다. 우월감에 찌든 국회의원들의 성토장(聲討場)이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이하 국감)에 출석한 모습을 보고 든 생각이다. 임 회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와 임·직원의 횡령 사건으로 세인(世人)들의 입방아에 올라 경영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중이다.
원색적인 표현이 입에 맴돈다. 이럴 거면 국감에 금융사(KB금융·하나금융·신한금융·NH농협금융·DGB금융·JB금융·BNK금융지주 등) 수장을 부를 이유가 있나 싶다. 국민을 대신해 잘못된 행태를 꼬집고 대안을 제시하는 희망찬(?) 모습이 뇌리에 크게 박혔었나 보다.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긴 하다.
두 가지 한심함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국감을 대하는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우월의식이다. 이날 정무위 국감장에서 나온 우리금융 관련 질의 대부분은 이미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이다. 정무위 의원들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및 관련 법인에 대한 부당대출 경위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에 대한 임 회장의 향후 경영 방침을 물었다.
국감장까지 임 회장을 불러내서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를 들어본 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말려도 우리금융은 잘해야 한다. 시간 낭비다. 결국 면박이나 주려했던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우월감의 발로(發露)다. 아니다. ‘국민의 대표’라는 표현 뒤에 숨은 ‘갑(甲)질’이다.
임 회장도 관(官)에 봉직(奉職)했던 시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제 더 이상 관료가 아닌데도 말이다. 잘못이 반복된다면, 그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 했어야 했다. 오로지 내부통제를 염두에 둔 시스템 마련을 주창(主唱)했다. 사전에 의원실과 질의응답을 ‘짬짜미’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모범 답안처럼 느껴진다. 너무 성의가 없다.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은 기본이다. 더 이상 논할 게 아니다.
임 회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대출을 내준 것과 관련, 자회사 임원 선임 시 ‘인사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회장의 눈치를 보고 부당한 대출을 내줬으니 이에 대한 복안 마련을 하라는 의원들의 주문에 응답한 것이다. 또 모든 임원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까지 동의를 얻어 신용정보를 받아 시스템에 등록하고 대출 과정에서 검증체계를 갖추겠다고 했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보기에 따라선 ‘뼈를 깎는 혁신’이다. 하지만 웃음이 난다. 회장이 전횡을 일삼아서 우리금융이 이 지경일까. 인사권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친·인척까지 신용정보를 등록할 필요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당사자가 거부하면, 인품과 조직관리 능력이 좋은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친·인척까지 신용정보를 등록 하도록 강제할 명분이 없다. 여차하면, 법령 위반이다. 분명 ‘노갑이을(怒甲移乙,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 한다는 것)’을 하려고 임 회장이 그렇게 말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한심하다. 내부적으로 시스템만 갖추면, 만사형통이 아니다. 지금까지 시스템이 없어서 수백억씩 횡령을 하고 전임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하게 대출을 내줬다는 말로 들린다. 될 때까지 임·직원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작업을 우선해야 한다.
차라리 임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임·직원 의식 개선을 위해 본점 로비에서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피켓을 들고 서있어 보라. 문구는 단순해도 좋다. ‘금융 사고는 결국 고객을 등 돌리게 한다’는 정도면 충분하다. 창피한 게 아니다. 우리금융을 생각한다면 그게 더 진실성이 있다.
이럴 거면, 임 회장을 부를 필요가 없었다. 국감은 보여주기 식 ‘쇼(show)’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