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이정우 기자] 이달 7일부터 진행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주요 기업 대표와 경영진 등 관계자들이 대거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그동안 국감이 열리면 ‘단골(?)’로 나와야 했던 삼성·SK·현대차·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는 22대 국감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기획재정위원회의 법인세 등 세금 문제,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조합·중대재해처벌법 문제 등의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여야 협의과정에서 모두 빠졌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KT의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참고인 명단에 포함됐다. 국민연금공단이 KT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현대차가 KT 최대주주에 오른 만큼 이를 재검증하자는 차원에서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대기업 오너일가 중 눈에 띄는 인물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다.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 부회장은 정무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 부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나오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 등 경영권 승계 관련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국회 정무위 의원들이 이번 국감에서 한화그룹 오너일가의 편법·부당한 경영권 승계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질문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감은 17개 국회 상임위원회가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업무 실태를 파악하고 감시·견제 기능을 하기 위해 관련 인사들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계열사 대표나 임원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것은 물론, 실효성 측면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그룹 총수를 소환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린 국감을 되돌아 보면 일부 의원들의 경우, 기업 총수를 불러 놓고 질문은 거의 하지않고 병풍처럼 세워놓거나 총수에게 사안과 관련없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요구하는 등 호통치고 망신주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올해도 이같은 ‘국감 고질병’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증인 108명·참고인 53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인 161명의 출석 명단을 확정했다.
국회의 국감은 국정운영 전반에 관해 그 실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감시·비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시정함으로써 입법·예산심사·국정통제 기능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호통치고 망신주는 국감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에 힘을 실어주는 ‘실용 국감’이 돼야 한다.
국감의 본래 역할은 뒷전으로 밀린 채 김건희 여사·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의혹을 놓고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선 안된다. 야당은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 다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반면 여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이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인 군기잡기나 망신주기에 급급한 국감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총수나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이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해마다 반복되는 기업인 면박주기가 또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는 재계 관계자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