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생활건강, ‘더 크렘 샵’ 잔여 지분 인수 관련 대주주와 갈등
콜옵션·풋옵션 계약, 향후 갈등 소지 커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재계 유통가들이 해외 자회사와 맺은 콜옵션 계약이 향후 소송 분쟁 등 잠재적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 자회사와 맺은 콜옵션(풋옵션) 계약이 이행되지 않거나 예상 외로 실적 부담이 클 경우에 잔여 지분에 대한 추가적인 매수·매도에 대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LG생활건강은 2년 전 인수한 ‘더크렘샵’ 잔여 지분에 대해 콜옵션 유효 확인을 청구했다. LG생활건강은 더 크렘 샵 외에도 미국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Boinca(보인카)의 지분 인수 당시에 맺은 콜옵션(풋옵션) 계약도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밖에 호텔신라도 주주계약(풋옵션, 콜옵션) 계약을 통해 해외 계열사를 인수했기에 향후 해당 기업의 실적과 상황 등에 따라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는 있다.
◆ LG생활건강, 美 계열사 ‘더크렘샵’과 콜옵션 분쟁…추가 리스크 우려도
LG생활건강은 지난 2022년 인수한 미국 소재 색조화장품 기업 더크렘샵의 잔여 지분 35% 취득 가격을 두고 콜옵션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LG생활건강은 이달 5일 공시를 통해 “더크렘샵 지분 35%를 보유한 주주인 수나 김(Sunna Kim)·인실 김(Insil Kim)이 국제중재재판소(ICC)에 더크렘샵 잔여 지분 35%에 대한 풋옵션(행사가액 1,785억원) 행사의 유효 확인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수나 김은 더크렘샵의 직전 최대주주기도 하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2022년 미국 화장품 브랜드 기업 더크렘샵 지분 65%를 1억2,000만달러(당시 한화 1,485억원)에 사들였다. 더크렘샵의 지난해 매출액은 1,345억원으로 LG생활건강이 인수했던 당해 실적(2022년·699억원) 대비 약 2배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
이후 LG생활건강은 당시 계약한 콜옵션에 따라 나머지 지분 35%을 지난해 6,680만달러(918억원)에 행사하려 했으나 더크렘샵이 이를 거부하고 ICC에 콜옵션 행사가 유효함을 확인하는 청구를 제기했다. LG생활건강과 수나 김 간 잔여지분 가액 차이는 6,320만달러(867억원)이다.
LG생활건강 측은 “지배기업은 2023년 11월 더크렘샵의 잔여지분 35%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으나 매도인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해 국제상공회의소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중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콜옵션(풋옵션) 계약과 관련해 추가적인 부담 요소가 있다. LG생활건강은 더크렘샵 외에도 해외 계열사와 콜옵션 계약을 맺은 상태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1년 8월 미국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Boinca(보인카) 지분 56.04%를 약 1억달러(약 1,170억원)에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지분 인수 계약 당시 보인카 잔여지분 43.96%에 대해 향후 4년간 매수·매도할 수 있는 콜옵션과 풋옵션을 갖고 있다. 다만 보인카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불안요소다.
2023년 LG생활건강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보인카는 지난 한해 약 641억2,000만원의 평가손실을 내면서 장부가액은 당초 인수금액(약 1,170억원) 대비 23.04% 감소한 900억3,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콜옵션 대상인 보인카의 기업가치가 낮아질 경우 잔여지분을 보유한 주주와 인수금액을 놓고 공방을 벌일 수 있다. 이에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콜·풋옵션을 행사할 기간이 아직 몇 년 간 남아있기에 이에 대해 뭐라 얘기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호텔신라, 적자 지속 해외계열사 콜옵션 딜레마
호텔신라 역시 유사한 (잠재) 리스크를 갖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 2019년 신규증자 참여 형태로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인 ‘3Sixty(3식스티)’사의 지분 44%를 확보했다.당시 호텔신라가 지분 인수한 가격은 1억2,100만달러 규모에 달한다. 호텔신라는 5년후 추가 23% 콜옵션 보유하고, 호텔신라 콜옵션 행사 시 3Sixty는 잔여 지분 33% 풋옵션을 보유하게 된다.
호텔신라는 3식스티(Sixty) 지분과 관련해 기존주주가 보유한 지분 중 23%를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기존주주(3식스티)는 호텔신라의 콜옵션 행사 시 잔여 지분(33%)를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즉 호텔신라가 3식스티(Sixty) 지분과 관련 콜옵션을 행사하면 67%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호텔신라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기존주주(3식스티)는 나머지 잔여 지분(33%)을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호텔신라가 100% 지분을 갖게 된다.
다만 3식스티는 인수 이후 첫해를 제외하고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3식스티는 2020년 54억9,609만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이듬해 2021년 마이너스(-) 216억5,469만원, 2022년 –583억3,362만원, 2023년 –21억4,120만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가치도 크게 줄어들었다. 호텔신라가 3식스티를 지분을 최초 취득했을 당시 금액은 847억7,398만원이었으나 지난해 기준 장부가액은 374억5,992만원으로 반토막 이상 쪼그라들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약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호텔신라가 콜옵션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그룹 중간지주사 SK스퀘어도 어커머스 기업 11번가가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콜옵션을 포기하고 지분 매각을 선택했다.
다만 콜옵션 행사 기간은 아직 2~3년 남아있기에 호텔신라로서는 여유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3식스티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 기간은 2026년이기에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호텔신라가 3식스티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거부할 시 이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하게 된다. 콜옵션 행사 기한은 2026년 1월 1일부터 10개월간 이내다. 만약 기존주주의 요청에 의해 총 2회의 행사기간 1년 연기가 가능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최근 면세점 업황이 부진한 까닭”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수년 간 시간이 있고, 아직 발생한 문제가 아니기에 딱히 얘기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