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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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구 등 아파트 미분양분 할인…건설사 “할인 분양은 법적으로 문제 없어”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최근 한 분양아파트에서 미분양 물량을 수천만원 할인해 공급하면서 일반 분양가 입주자와 할인된 분양가로 입주하는 입주자들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 분양자들이 분통을 터트린 이유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할인이 허가·신고가 필요한 게 아닌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같은 할인 분양에 대한 갈등사례가 최근 늘어난 데는 건설업계에 닥친 주택업과 분양시장 침체, 지방지역 미분양 누적이 동시 발생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남 광양의 A아파트에서 할인 분양 소식이 전해지며 기존 입주자와 할인 분양가로 입주하는 주민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 단지는 총 1,114가구 규모인데 미분양 물량 194가구에 대해 건설사와 시행사가 8,000만원을 낮춰 분양에 나섰다.

이에 기존 일반 분양가로 입주했던 입주자들은 할인 분양 가구의 입주를 막기 위해 아파트 지상 주출입구와 부출입구, 일부 동 사이 통로 등을 막았다. 또 할인분양 가구에 대한 주차요금을 50배로 적용하고 커뮤니티 및 공용시설 사용이 불가하다며 게시하고 할인분양 세대는 입주를 위한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500만원 이상으로 받겠다고 공지했다.

이 단지 일반 분양가 입주자라고 밝힌 B씨는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하냐”, “8,000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대출로 들어왔는데 할인 분양으로 2억4,000만원에 분양한다고 한다”, “불침번을 서면서까지 막아보겠다”고 게시하기도 했다.

할인분양 전 일반 분양을 받은 입주자들은 분양 가격 형평성이 떨어지는 데다 청약 당첨 매입 가격 대비 낮은 할인 분양 가격으로 매입할 시 그만큼 추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 같은 갈등은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남 광주 월산동 C아파트의 경우 미분양 80가구에 대해 9,000만원 할인 분양에 나섰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공급된 이 단지(741가구)는 일반분양 물량이 161가구였으며 미분양 물량 80여 가구에 대해 9,000만원 할인 분양이 진행됐다.

또 올해 1월 분양한 광주 광산구 D아파트 또한 미분양 50여 가구에 대해 10% 할인 분양이 진행됐고 전용면적 84㎡ 기준 일반 분양가 4억9,000만원 보다 6,000만원 가량 낮은 4억2,000만원 대 할인 분양이 진행되며 단지가 완판됏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1월 입주를 시작했던 동구 E 아파트에서도 기존 입주자들이 '할인 분양 결사반대 입주 금지’ 등의 현수막이 걸고 할인 분양자들에게 관리비 20%를 더 부과하는 등 갈등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갈등은 주택업과 분양시장 침체, 지방지역 미분양 누적이 동시 발생한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현재 건설사와 시행사가 할인 분양을 할 때 허가와 신고를 필요로하지 않아 법적 문제가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자발적으로 기존 일반 분양가 분양자에게 소급적용을 해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방지역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전남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1,357가구다. 광주는 2022년 5월까지 46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을 기록한 데 비해 지난해 5월엔 238가구, 올해 5월 270가구로 꾸준히 미분양이 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 분양분이 단지 분양수익이 되는데 준공 후 미분양이 나오면 사업에 리스크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오히려 할인을 해서라도 단지 미분양 물량을 판매하는 게 맞는 방법으로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행사 관계자도 “모집 공고 승인을 받은 금액에서 같거나 그 이하로 분양하는 것은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 금액을 높일 경우에 인허가가 필요한 것”이라며 “다만 분양 할인 이후 기존 계약자에 대한 소급을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인데 형평성에 대한 공감이 충분하기에 보통은 기존 계약자의 중도금을 일부 제하는 방식으로 소급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 같은 갈등 사례와 같이 분양 할인 후 소급이 연달아 이어지지 않는 사례는 드물었다”며 “사업 주체에 자금 또는 수익 자체가 불안하거나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이유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최근 할인 분양으로 인한 갈등은 미분양의 누적과 건설사 주택업 악화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건설사나 시행사의 분양가 할인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근본적인 시장의 원리로 상품의 가격은 언제 샀느냐에 따라 가격이 비쌀 수도, 저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시행사가 소비자들이 형평성에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먼저 분양받은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계약 조항의 변경 등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할 수 있다”며 “강제적으로 소급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강제적인 법제도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현재 이사 차량을 물리적으로 막는 등 행위는 타인 재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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