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현재 국내 건설업계는 인력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인력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속에서 인건비가 오르는 것은 건설경기 위축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설 인력 채용기준도 높아져 고임금으로도 신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경력이 있는 기존 인력 유지에도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

”이를 먼저 겪은 일본은 건설기업이 인력난과 인건비, 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 현장을 중단, 취소하거나 파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최근에 미팅을 나눴던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에 대해 복합적인 ‘나비효과’를 우려했다. 그는 자칫 국내 건설업계 현장이 일본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대표적인 고령화 사회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1억2,500만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는 29.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노인 고용률은 주요 경제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으로, 65세 이상 근로자가 전체 노동력의 13%를 차지한다. 

인력부족으로 파산한 기업은 늘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상반기 파산한 기업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산 원인별로보면 인력 부족이 145건을 기록,  2.1배 급증했다. 파산 원인으로 인력부족이 100건을 넘긴 것은 상반기 기준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가운데 건설업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일본에서 인력부족과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산업군인 건설업이 전년도 보다 파산건이 21% 늘어났다.

이와 관련 일본 IT미디어에 따르면 일본 대표 쇼핑몰인 '이온몰'은 올해 예정된 상업시설 개점을 연기해 26년 만에 신규 출점 계획이 없는 해를 기록했다. 또 도쿄 고탄다 'TOC 빌딩'은 재건축을 계획했으나 건설업계 인력부족과 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이를 연기했다. 일본 채용정보연구소는 건설 직종에서 2030년 22만3,000명, 2040년에는 65만7,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국내 건설사도 일본이 겪었던 ▲인력 고령화와 신규 인력 진입 축소 ▲생산성 저하  ▲수익성 악화로 인한 경영난을 차례로 겪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분석한 건설기술인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1년까지 건설 기술인력은 30세 이하가 20년 동안 12만8,151명에서 4만5,958명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신규인력 진입이 적다는 의미다. 반면 51세부터 70세 사이 인력은 같은 기간 2만7,702명에서 28만1,096명으로 10배 늘었다. 71세 이상 인력도 2,245명에서 2만8,637명으로 10배 늘었다. 고령 인력 증가는 급증했다. 

이에 따라 생산성도 감소했다. 한국생산성본부 업종별 부가가치기준 노동생산성지수 추이에서 노동생산성지수는 2020년 이후 ▲제조업 ▲서비스업 ▲금융업 ▲비농전산업 ▲도소매업 등 건설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우상향한 반면, 건설업은 2021년 94.5를 기록하며 전년도 대비 9.6포인트 감소했다.

노동생산성지수는 처음 발표한 2015년을 기준값 100으로 보고, 100보다 낮으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와 반대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뜻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건설노동생산성 저하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년 후에는 50% 이하로 생산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에 공사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 상승은 수익성 악화에 큰 문제를 야기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2022년 기준)에 따르면 건설업 부가가치 구성에서 인건비 비중은 78%에 달한다. 전 산업 평균 인건비 비중이 58%대인 데 비하면 월등히 높다. 

최근 건설사 수익률이 저조한 것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최근 한국건설경제산업학회의 ‘건설산업의 위기진단과 대응전략’ 세미나에 따르면 2023년 건설 외감기업(주식회사 중 자산총액이 120억원이 넘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 경영실적 분석 결과 수익률이 지속 하락했다. 국내 건설 외감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6.0%에서 2023년 2.5%로 떨어졌고, 순이익률은 2021년 4.9%에서 2023년 1.1%로 크게 하락했다.

올해 1분기 국내 대형 건설사도 ▲삼성물산(6%) ▲현대건설(2.9%) ▲GS건설(2.3%) ▲대우건설(4.6%) ▲DL이앤씨(3.2%) 등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국내 빅5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도 평균 3.25% 수준이다.

인력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속 인건비 상승이 건설업에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이해가 된다. 국내 건설업계가 겪는 문제가 과거 일본에서 나타났던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최저임금의 상승, 높은 금리와 지정학적 영향을 받는 자재값 등 경제 환경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 인력의 유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비교적 시도 가능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 또한 이를 위한 건설기술인력과 기능인력의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육성을 비롯해 인력 채용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감리의 경우를 경력에 대한 등급평가 배점이 높아 신규 인력 진입이 어렵다.  감리는 역량지수를 통해 등급이 나뉘고 현장 배치 기회가 달라진다. 역량지수 평가에서 자격과 학력, 교육 등에선 큰 편차가 없으나 경력에서 차이가 벌어진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공사금액이 높은 현장에서 경력을 오래 보유할 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받을 수 있는 구조다. 정년이 없는 만큼 평균 연령도 50대 이상이다.

채용에 직결되는 평가에서 신규 인력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준을 신설하고 배점 기준을 개편하거나 현장 배치 인력의 등급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건설 인력 평균 연령과 부족한 인력수, 경력자 비중에 따른 높은 인건비 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은영 기자
ⓒ박은영 기자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