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단지 전경. ⓒ픽사베이
▲서울시 아파트단지 전경. ⓒ픽사베이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3개월만에 5조원 넘겨…"가계부채 우려할 수준 아니다"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신생아 특례대출 수요가 높게 나타나면서 부동산 시장 지표인 거래량과 가격 등에서 정책 효과가 보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정부가 저출산 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이 출시 약 3개월(1월 29일~4월 29일) 동안 신청액이 5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으로 1조7,000억원이 공급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생아 특례대출 효과가 나타났다.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 아파트와 소재 지역의 거래량과 가격이 올랐다. 또 대출 대상인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비교적 많은 서울 강북지역에서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올해 1월 2,568건이었던 데 비해 2월 2,511건, 3월 4,072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달은 2,679건이 집계됐는데 거래신고 기한이 계약일 이후 한 달인 점을 고려하면 최종 거래 건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성북구 아파트 신고가 거래는 총 12건으로 자치구 중 가장 큰 증가폭(3배)을 보였다. 또 중랑구가 10건, 영등포구 14건, 노원구 8건 등으로 많은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신생아 특례대출 적용이 가능한 비아파트를 매수하는 30대 비중도 늘었다. 올해 수도권 전세가격이 오름세를 타며 역전세 우려가 다소 감소한데다 30대의 경우 비아파트보다 높은 아파트 매입가와 대출 이자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 일부가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능한 비아파트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서울 연령대별 비아파트 매수 비중은 신생아특례대출 주 수혜층인 30대가 가장 큰 증가폭(4.1%포인트)을 보였다. 30대는 18.9% 매수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는 40대(18.4%) 높은 비중을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30대를 제외한 연령대별 매수 비중 증가폭은 50대 3%포인트, 60대 2.6%포인트였으며 나머지 연령대는 2% 미만 증가폭을 보였다.

남현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전문가는 “2022년~2024년간 서울 비아파트 연령대별 매입비중 추세 분석을 통해 30대의 경우 내 집마련 목적이 강하고, 특례 저리 대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며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높은 만큼 비아파트 시장은 30대에게 내 집마련 할 수 있는 또 다른 주거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3분기 신생아 특례 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이 2억원으로 높아지면 저금리 정책대출의 적용대상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신생아 특례대출 수요가 높은 만큼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률을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을 한시 공급하고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년도보다 10조1,000억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 입장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하고 35조~40조원 수준으로 총량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계대출 총량 증가에 기인할 수 밖에 없겠으나 이는 시점에 따라 달리 봐야할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선 저출산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본 것 같고 다른 스트레스 DSR이나 대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기에 신생아 특례대출을 확대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공급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 부동산 시장이나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정부가 30조원에서 40조원 이하 사이로 예산을 감안해 설계를 했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최초에 신생아특례대출 목표가 32조원이었고 16% 정도 소진됐다고 보여진다"며 "이를 다 소진할지는 알 수 없겠으나 5조원 규모가 공급된 점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 랩장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결국 저출산과 신혼부부 고용문제 등 해결에 필요한 정책인 만큼 대출금액 증가세에 대해 예의주시할 상황은 아니고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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